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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20. 2017

소노 시온의 새 영화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다짐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소노 시온의 <도쿄 흡혈 호텔>

 <도쿄 흡혈 호텔>은 소노 시온 감독이 아마존 프라임과 손 잡고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를 144분짜리 영화판으로 재편집한 작품이다. <두더지> 이후 엄청난 다작을 선보이는 소노 시온이지만 <안티포르노>와 <지옥이 뭐가 나빠> 정도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최악을 넘어 또 다른 최악을 선보이는 감독이었다. <도쿄 흡혈 호텔>은 점점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소노 시온 감독의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그나마 몇몇 희망을 보았던 순간들 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노 시온 특유의 원색 가득한 세트와 미술은 조잡해 보이기만 하고, 루마니아 로케이션은 모든 부분이 불필요해 보이며, 두 뱀파이어 종족 사이의 대결은 이게 대결인지 각자도생인지 그 목적이 뭔지 불분명하다. 오프닝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던 뱀파이어들이 마나미(토미테 아미)를 노린 이유는 영화 중반부가 지나자 이야기 밖으로 버려지고,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난장판 싸움의 클라이맥스로 영화가 치닫는다. 오프닝에서 엔딩까지 영화가 제시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로 묶이기는커녕 서로가 서로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동원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아무리 9부작 드라마를 한 편의 영화로 편집했다고 해도 튀는 편집들과 오락가락 하는 캐릭터의 성격들은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 수 없도록 정신을 흐린다. 드라큘라 가문의 K(카호)와 코르빈 가문의 야마다(마츠시마 신노스케)가 왜 싸우는지, 왜 싸우다 마는지, 마나미를 놓고 그렇게 쟁탈전을 벌이던 둘은 왜 마나미를 내팽개치고 각자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뻔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것은 영화감독으로서, 특히 장르영화감독으로서 중요한 덕목이다. <자살클럽>, <러브 익스포저>, <두더지>, <지옥이 뭐가 나빠> 등의 영화에서 소노 시온 영화는 이러한 덕목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도쿄 흡혈 호텔>은 그저 뻔뻔하기만 하다. 영화의 모든 부분이 엉망진창인 <도쿄 흡혈 호텔>을 보며 소노 시온의 뻔뻔함은 이제 덕목이 아닌 철면피의 단계로 가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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