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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 Dec 28. 2017

누군가의 성장은 주변 모두의 성장임을

<원더> 스티븐 크보스키 2017

 항상 우주인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이가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27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수술 끝에 삶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얼굴은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해버렸다. 소년의 이름은 어거스트 풀먼(제이콥 트램블레이), 그의 가족인 이자벨(오웬 윌슨),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비아(이자벨라 비도빅)는 그를 어기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집에서 홈스쿨을 하던 어기는 5학년을 맞아 학교에 가게 된다. 영화 <원더>는학교에 간 어기의 모습을 담아낸다. <월플라워>를연출했던 스티브 크보스키가 다시 한번 소설 원작의 성장영화를 연출했다. <월플라워>가 배우들의 매력에 영화의 완성도를 기댄 작품이었다면, <원더>는 좀 더 매끄럽게 연출된 작품이다. 북미에서 1억 불이 넘는 깜짝 흥행을 기록한 이유는 별 다른 것이 아니다. <원더>는 연말에 가족 혹은 가족 같은 지인들과 함께 극장을 찾기 좋은 예쁜 영화이다.

스티븐 크보스키는 전작 <월플라워>에서 데이빗 보위나 뉴 오더 등의 음악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원더>에서는 음악을 넘어 다양한 서브컬처를 영화 속으로 끌어온다. 가령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는 우주인 헬멧을 쓰고 다니는 어기를 데이빗 보위의 ‘SapceOddity’ 속 인물인 메이저 톰이라 부르고, 주인공인 어기는 아빠 네이트와 광선검 싸움을 즐기며 할로윈에 보바 펫 코스튬을 입고 싶어 하는 <스타워즈>의 광팬이며(실제로 어기를 연기한 제이콥 트램블레이가 <스타워즈>의 광팬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에 츄바카가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주목할만한 장면은 어기와 잭(노아 주프)이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대화하는 장면이다. 게임 속 채팅을 통해 친구와 대화하고, 싸우고, 화해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영화는 의외로 어기 한 명에게만 집중된 구조가 아니다. 물론 영화를 시작하고 닫는 인물은 어기이며, 영화의 인물들은 어기를 중심으로 엮여있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기와 그의 누나인 비아, 그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난 친구 잭, 그리고 비아의 절친한 친구이자 어기에게도 친누나와 같았던 미란다가 각각 챕터를 배당받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기가 자신의 얼굴 때문에 겪는 감정을 풀어낸다면 비아는 어기를 보살피느라 가족 안에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잭은 아이들만의 약육강식이 작용하는 학교 속에서 어기를 향해 생기는 우정을 털어놓고, 미란다는 자신이 비아에게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국 어기의 이야기로 촉발된 감정선은 그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따로 챕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어기가 태어나고 석사 논문 과정을 멈췄던 이자벨이 다시 논문을 마무리 짓는 모습이나, 학교에서 어기를 괴롭히던 줄리안(브라이스 게이사르) 등의 뒷이야기가 부족하지 않게 등장하는 것도 <원더>가 더욱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이야기이다. 결국 <원더>는 극 중 비아의 대사처럼 “어기는 태양이고 가족은 그 주변을 도는 행성과 같다”라는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어기는 헬멧을 쓴 태양이고, 그의 주변을 도는 행성들은 가족을 넘어 친구들까지 확장된다. 마침내 어기는 헬멧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그는 단지 헬멧을 벗은 것뿐이지만 밝게 빛나며 주변의 행성들과 함께한다. 사실 <해리포터>와 같은 많은 성장영화에서 보아온 이야기지만, <원더>는 행성들에게까지 빛을 비추며 그 빛을 카메라에 담는다. 때문에 영화 속에서 어기와 잭이 교내 과학 경진대회에 제출한 카메라와 유사한 과제물은 영화의 주제를 단박에 보여준다.

예상보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미란다의 이야기는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아빠 네이트의 이야기는 따로 등장할 순간조차 없다. 이러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모두에게 카메라를 돌리고자 한 <원더>의 선택은 수많은 감격스러운 순간들을 선사한다. 태양이 없으면 행성에 깃드는 햇빛도 없듯이, 한 사람의 밝은 빛은 주위의 모두를 환하게 비춘다. 단순히 어기의 이야기에만 집중한 통상적인 신파극이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지만, 모두에게 이야기가 있음을 드러내는 스티븐 크보스키의 선택은 <원더>를 조금 더 특별한 영화로 만들어준다. 분명히 <원더>는 <월플라워>처럼 강렬한 순간이 존재하거나 머릿속에 새겨질 매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대신 매끄럽게 만들어진 영화의 따듯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존재하는 영화이다. 만약 극장에서 따뜻한 눈물을 흘리고 싶은 연말이라면, 기왕 극장을 찾은 김에 <원더>를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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