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5. 2018

속 빈 유령처럼

<고스트 스토리> 데이빗 로워리 2017

 <파이어니어>, <피터와 드래곤> 등의 영화를 연출한 데이빗 로워리가 <고스트 스토리>를 내놓았다. <피터와 드래곤>을 마무리 지은 뒤 바로 촬영에 들어간 <고스트 스토리>는 10만 달러라는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뮤지션 C(케이시 애플렉)와 그의 연인 M(루니 마라)는 단란하게 동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C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영안실에 누워있던 C는 유령이 되어 일어나 M을 지켜보고, M이 집을 떠난 이후에도 그 자리에 남아 그 공간에서 영겁의 시간을 지킨다. 답답한 1.33:1 비율의 화면은 유령이 된 C가집이라는 공간에 갇혀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집의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령처럼 집 안으로 들어온 빛이 우주의 성운으로 디졸브 되는 장면이나 개척시대부터 사이버펑크적 근미래까지 이어지는 시공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은 꽤나 당황스럽기도 하다.

 <고스트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유령 이야기다. 유령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유령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령의 모습은 어릴 적에 유령 놀이를 했을 때나 썼을 것 같은 흰 보자기에 눈구멍만 뚫려있는 모습이며, 절대 자신이 속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가 그려내는 유령의 모습은 생에 남겨진 후회 때문에 거대한 시공간의 루프 속에 갇힌 것처럼 그려진다. 때문에 <고스트 스토리>는 의외로 왕가위의 <화양연화>를 연상시킨다. 비주얼이나 스타일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지만, M이 문틈에 쪽지를 숨기고 페인트를 덧칠해 봉인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화양연화>의 앙코르와트 장면을 연상시킨다. 다만 <화양연화>는 속삭임을 시공간 안에 봉인하고 해당 시공간에 머무르려는 미완의 시도였다면, <고스트 스토리>는쪽지라는 기록의 매체를 이용하고, C가 벽을 긁으며 이것을 다시 꺼내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에 <고스트 스토리>는 시공간에 종속된 듯하면서도 그곳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보이며, 그것이 먼저 세상을 뜬 남자가 남은 여자에 대한 후회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는 영화 스스로가 담아내려던 담론 자체를 축소시킨다. 

 결국 <고스트 스토리>는 여러모로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영화 중반부, C와 M이 살던 집의 주인은 여러 차례 바뀌고, 그 집에서 벌어진 파티에서 한 남자는 예언처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이야기한다. “인류는 멸종하고, 태양이 팽창하여 지구를 삼킬 것이며, 결국 우주는 수축되어 하나의 점이 될 것이다.” 어쩌면 <고스트 스토리>는 이러한 예언,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지만 우리의 생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시공간 속에 갇혀버린 유령의 이야기는 그것을 담아내지 못하고, 결국 문지방의 페인트를 긁어내며 자신의 생 안에 있는 후회만을 잡아보려 한다. 좋은 촬영과 좋은 연기 등 기술적으로 좋은 면모를 보여주지만, 영화는 스스로가 담아내려던 이야기를 완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마무리된다. 스스로 쌓아 올리려던 이야기가 유령의 흰 보자기처럼 주저앉으며 끝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디즈니스러운 픽사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