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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7. 2018

이 정도면 적절한 유종의 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웨스 볼 2017

 2014년 <메이즈 러너>로 시작되어 2015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로 이어지는 트릴로지가 막을 내렸다. 영 어덜트 영화 붐에 힘입어 제작된 이 시리즈는 폐쇄된 미로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호러 액션이 결합된 혼종 장르로 이어졌다. 트릴로지의 마침표를 찍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에 이르러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호러, 심지어 사이버펑크적인 몇몇 비주얼까지 덧붙이며 더욱 많은 장르를 한 영화 안에 욱여넣는다. <스코치 트라이얼>은 그러한 장르 혼종이 산만하게 느껴지고, 영화 전체가 지루해진 결과물이었다. 덕분에 흥행에서도 쓴 맛을 봤었다. 때문에 라이온스게이트와 연출자인 웨스 볼이 절치부심해서 만든 <데스 큐어>는, 기존의 스토리라인에 각 시퀀스를 각기 다른 장르 클리셰로 연출해내면서 극의 재미를 높인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스코치 트라이얼>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시점,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와 뉴트(토마스 생스터) 등은 여정을 통해 만난 브렌다(로사 살라자르)와 호르헤(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빈스(배리 페퍼) 등과 위키드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고 안전한 정착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배신으로 위키드에 잡혀간 민호(이기홍)의 구출을 시도한다. 토마스와 뉴트, 프라이팬(덱스터 다든)은 민호를 구하기 위해 위키드의 본거지인 마지막 남은 도시로 향한다. 영화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하고 직선적인 이야기에 다양한 장르의 클리셰를 덧붙인다. 가령 오프닝을 장식하는 기차 액션 시퀀스는 강탈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고, 크랭크(플레어 바이러스 감염자)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좀비 호러의 한 장면처럼 묘사되며, 토마스 일행이 머무는 곳이나 마지막 도시의 벽 밖의 모습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클리셰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들이 처음 도시 안으로 들어갔을 때의 풍경은 마치 사이버펑크 영화 속 근미래의 대도시인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심지어 후반부의 시가전은 많은 전쟁영화들을 연상시키며, 스케일이 커진 마지막은 재난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장르 혼종은 기대보다 충실하게 서사를 뒷받침해준다. <스코치 트라이얼>이 영화 전체를 장르적으로 뒤섞으려 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왔다면, <데스 큐어>는 각 시퀀스 별로 활용만 할 뿐 영화는 자신의 중심 서사를 놓치지 않고 143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이끌어간다. 

 또한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인 만큼 캐릭터 간의 관계와 특성을 조율하는데 어느 정도 공을 들였음이 드러난다. 캐릭터와 실제 배우가 지닌 매력이 세 편째 이어온 뉴트, 민호, 프라이팬 등의 캐릭터는 여전히 이야기에 충실했다. 전편부터 등장한 브렌다 캐릭터는 기대보다 즐겁게 그의 액션을 즐길 수 있었다. 후반부 액션 시퀀스에서의 카체이싱과 같은 장면을 여성 캐릭터가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로웠다. 트리사의 캐릭터 역시 만족스러웠다. 그를 단순한 ‘배신자 썅년’ 캐릭터로 만들지 않고, 그의 행동을 관객에게 설득시키려는 시도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다. 아마 트리사의 캐릭터가 <데스 큐어>, 아니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캐릭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않을까? 정작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토마스의 캐릭터는 아쉽게만 느껴진다. 메이즈 ‘러너’라는 제목답게 저돌적으로 서사를 이끌어 나가지만, 그 이상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꽤나 평면적인 캐릭터로만 남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클리셰적인 캐릭터는 토마스가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데스 큐어>는 위태로웠던 시리즈가 나름의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 어덜트 영화 특유의 장르 혼종이 극대화되고, 그것이 나름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성공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다만 극을 이끌어가는 토마스가 정말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캐릭터 이상으로 활약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이런저런 사건 사고로 인한 재촬영 이슈와 본래 2개 파트로 계획되어 있던 영화이기에 따라오는 튀는 장면들 등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차용해온 액션과 비주얼이 주는 즐거움이나 예상치 못했던 캐릭터의 재등장 등은 전작들을 봤던 관객들에게 확실한 재미를 제공해준다. 예상외로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의 1.9:1의 화면비로 상영하는 것 또한 다양한 장르적 비주얼을 선보이는 영화를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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