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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6. 2018

명절의 거실과도 같은 지루함

<골든슬럼버> 노동석 2017

 강도 위협을 당하던 아이돌 가수를 구해 모범시민 상을 받은 평범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는 오랜만에 연락을 준 무열(윤계상)을 만난다. 광화문에서 만난 무열은 어딘가 초조해 보인다. 잠시 건우가 택배를 배달하러 나간 사이 여당의 대선후보가 타고 있는 차량이 광화문 도로에서 폭발하고, 후보는 현장에서 즉사한다. 무열은 갑자기 건우가 대선후보 암살범이라며 살려면 도망치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건우는 무열의 친구라는 의문의 남자 민씨(김의성)와 어릴 적 밴드를 함께하던 친구들인 선영(한효주), 금철(김성균), 동규(김대명)의 도움을 받아 누명을 벗으려 한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2010년에 일본에서 한 번 영화화된 바 있다.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명절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아직 원작을 보지 못해 제대로 된 비교 같은 건 할 수없지만)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지점만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까, 갑작스레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소시민 캐릭터라는 설정과 이를 풀어가는 플롯 자체는 평탄하게 흘러간다. 설명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는 아니지만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 108분의 러닝타임은 나름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배우의 연기가 문제인지 누가 해도 어색한 대사이기에 연기가 이상한 건지 모를 정도로 아쉬운 대사들은 계속해서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 ‘과거를 추억하는 음악’ 같은 키워드로 구글링 해서 나온 음악을 그대로 쓴 것 같은 음악들은 차라리 음악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이 쉬지 않고 등장하는데 효과적인 음악은 하나도 없다. 거기에 도망자가 급작스럽게 펼치는 액션이라기엔 너무 합이 잘 맞춰져 있는 액션, 친구관계에서 펼쳐지는 신파 코드(와 이를 강조하기 위해 등장하는 지루한 음악과 과도한 플래시백), 비틀즈의 ‘Golden Slumber’의 커버곡을 굳이 사용한 것 등의 요소는 단순히 아쉬운 것을 넘어 영화 자체에 집중하는 걸 힘들게 만든다. 도리어 1인 2역을 소화하는 강동원의 몇몇 장면, 특히 강동원이 강동원을 공격하는 장면과 같은 어딘가 크리피한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선거철이 배경인 최근 개봉작들, <강철비>나 <골든슬럼버> 등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12월에 치러졌어야 할 대선시즌을 노리고 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은 결국 5월에 치러졌고, 정권교체가 일어나면서 대선시즌을 노리고 제작된 영화들에서 공통적인 아쉬움이 느껴진다. 영화가 다루려고 했던 영화 속 한국과 현실 속 한국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이러한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영화의 완성도와 매력,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겹고 익숙한 배우들이 마치 명절의 거실 풍경을 지켜보는 것만 같다. 어떤 소재를 가져와도 익숙함, 무난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국 상업영화의 굴레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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