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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9. 2018

빠져나올 수 없는 지역적인 수렁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2017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에는 각양각색의 모텔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중 매직캐슬이라는 모텔에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가 살고 있다. 엄마 핼리(브니아비나이트)와 함께 살아가는 무니는 매직캐슬 옆에 있는 퓨쳐 모텔에 온 젠시(발레리아 코토)와 친구가 되게 된다. 셋은 모텔 주변을 돌아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 편 핼리는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모텔 매니저인 바비(월렘 데포)는모텔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탠저린>으로 시네필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제목은 월트 디즈니가 꿈꾸던 계획의 이름이다. 그는 플로리다의 땅을 사서 빈민가가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계획의 일부로써 플로리다 디즈니월드가 세워지게 된다.

 영화를 직접 관람한 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국 홍보물 속 문구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2018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같은 문구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영화와 어울리는 단어들일까? 션 베이커의 전작인 <탠저린>은 독특한 크리스마스 영화였다. 모두가 핫팬츠와 반팔, 나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기묘한 계절감에, 아웃사이더들로 가득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이야기는 에너지로 가득함과 동시에 빠져나올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이보다 더욱 강렬하다. 보라색, 핑크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모텔들은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결코 탈출할 수 없는 홈리스들의 감옥처럼 느껴지고, 모텔 매니저인 바비는 재소자들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맘씨 좋은 간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아이폰5s에 아나모픽 렌즈를 장착해 촬영한 전작과는 다르게 35mm 필름으로 촬영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미장센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자력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가난의 수렁과도 같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무니, 스쿠티, 젠시는 언뜻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배수진을 치고 즐기는 마지막 유흥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앞서 언급했듯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아이폰과 필름을 넘나드는 션 베이커 감독의 스펙트럼이 놀랍기도 하지만,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리얼리즘과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엔딩의 충격 또한 대단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필름이 아닌 아이폰6s로 촬영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동국 직원들이 무니를 데려가기 위해 핼리를 찾아오자 무니는 매직캐슬 밖으로 도망친다. 넓으면서도 험한 플로리다에서 무니가 갈 곳은 없기에, 무니는 젠시가 있는 퓨쳐 모텔로 향한다. 젠시는 모텔 문 앞에 서서 울먹이는 무니의 팔을 잡고 모텔 밖으로 도망친다. 여기서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에서 아이폰으로 넘어간다. 무니와 젠시는 모텔촌에서 벗어나 계속 달리고, 결국 디즈니랜드까지 당도한다. <탠저린>의 촬영을 연상시키는 둘을 따라가는 거친 카메라는 거칠고 긴박하면서도 에너지로 가득하다. 디즈니랜드의 성 앞에서 젠시와 무니는 멈추고, 카메라가 둘의 뒷모습에서 성으로 틸팅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탠저린>이 리얼리즘을 위해 아이폰을 동원한 거친 촬영을 선보였다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반대로 35mm 필름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 속의 수렁을 보여주고, 환상과도 같은 마지막 장면을 아이폰으로 촬영해 강렬함을 더한다. 정반대의 촬영 전략이지만 이 둘을 모두 해내는 션 베이커의 연출력은 놀랍기만 하다.

 영화 중간 즈음에 무니는 젠시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무니는 잠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다가, 비가 그치자 젠시를 데리고 매직캐슬 모텔로 달려간다. 보랏빛의 모텔 위로 무지개가 등장하고, 무니는 무지개 끝에 황금이 가득하다는 전설을 이야기해준다. 젠시는 그 황금을 지키는 난쟁이 요정(레프리콘)이 있다며 무니의 이야기를 받아준다. 플로리다 하늘 위에 펼쳐진 무지개 끝엔 무엇이 있을까? 디즈니 영화의 로고에서 등장하는 성 위에 놓인 자국이 그 무지개가 아닐까? 무니와 젠시가 바라보는 무지개의 끝에 디즈니랜드가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퓨쳐 모텔에서 단숨에 디즈니랜드로 달려가는 무니와 젠시 앞에는 그들을 막는 난쟁이 요정이 없었다. 감옥 같은 모텔을 탈출하는 방법은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는다는 판타지 속에서 끊임없이 달리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2018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같은 홍보문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절대로 행복한 영화가 아니다. 무니와 젠시, 스쿠티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는 있지만 영화가 담아내는 현실은 그들을 사랑스러운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결국 션 베이커 감독은 LA에 이어 또 하나에 빠져나올 수 없는 지역적인 수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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