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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15. 2018

익숙한 괴수영화의 즐거움

<램페이지> 브래드 페이튼 2018

 <산 안드레아스>로 쏠쏠한 흥행 맛을 본 브래드 패이턴 감독과 드웨인 ‘더 락’ 존슨이 신작 <램페이지>를 통해 재회했다. 영화 <램페이지>는 1986년 제작된 아케이드용 액션 게임 [램페이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다만 사람에게 신약을 투여했더니 거대괴수가 되었다는 원작 게임과는 다르게 실제 고릴라, 늑대, 악어가 에너진이라는 제약회사의 실험약물에 노출되어 거대괴수로 변화한다는 설정으로 변경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동물원의 유인원 전문가 데이비스(드웨인 존슨)이다. 그는 자신이 돌보던 알비노 고릴라 조지가 약물에 노출돼 거대해지고, 야생의 악어와 늑대에게도 유사한 변이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시카고를 파괴하는 괴물들을 막기 위해 에너진에서 일했던 박사 케이트(나오미 해리스), 정부 비밀기관인 OGN의 요원 러셀(제프리 딘 모건)과 함께 해독제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107분의 러닝타임 동안 유전자 편집(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이용해 한 개체의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영화 속의 개념)을 통해 변이 된 세 괴수들과 그들이 벌이는 파괴 행각을 담는 것에만 주목한다. 쓸데없는 로맨스도, 인간성과 우정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램페이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저 블록버스터 괴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오락에 집중한다. 유인원을 그려내는 방식은 <혹성탈출> 리부트 트릴로지를 연상시키고, <킹콩>, <쥬라기 공원>, <쥬라기 월드>, <고지라> 등 다양한 괴수영화들에 등장했던 유명한 장면들을 오마주 하며 익숙한 재미를 준다. <램페이지>가 보여주는 파괴 이미지들의 향연은 절대 새로울 수는 없지만, 영화의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가 기대했던 쾌감들은 어느 정도 충족해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부터 <쥬만지: 새로운 세계>까지 다양한 영화의 유사한 주연을 맡았던 드웨인 존슨은 스스로가 하나의 장르가 된 것처럼 보인다.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떠올랐던 캐릭터와 이야기, 심지어 세부적인 상황과 대사까지 영화 속에 그대로 등장한다고 해야 할까? 드웨인 존슨의 캐릭터가 말할 것이라 예상했던 대사와 표정이 스크린에 나오는 순간은 마치 리듬게임의 노트를 퍼펙트로 처리한 것과 유사한 느낌을 주기에 이른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카이주와 <레디 플레이어 원>의 메카고지라 등 유독 영화 속에 거대괴수가 자주 등장했던 상반기였기에 <램페이지>가 주는 익숙함은 앞서 개봉한 영화들의 개성에 비해 아쉽게만 느껴진다. 때문에 <램페이지>는 거대괴수 영화의 익숙한 쾌감을 원하는 관객에겐 최적의 작품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겐 ‘무식하게 힘만 센’ 영화로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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