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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02. 2018

빈약한 속편의 운명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테파노 솔리마 2018

 드니 빌뇌브가 연출했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속편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가 개봉했다. 드니 빌뇌브 대신 <수부라 게이트>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스테파노 솔리마가 메가폰을 잡았고, 세 주연 중 조쉬 브롤린과 베니시오 델 토로만이 복귀했다. 전작이 보여준 완성도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던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는 안타깝게 복귀하지 않았지만, <시카리오> 이후 <로스트 인 더스트>와 <윈드 리버>를 거친 각본가 테일러 쉐리던은 이번 작품에도 참여하였다. 사실 처음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대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애초에 전작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에밀리 블런트의 캐릭터가 빠진 <시카리오>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부터, 로저 디킨스나 요한 요한슨 등의 주요 제작진이 없는 상황에서의 완성도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아쉬운 작품이다. 전작의 혼란이라는 키워드는 사라지고, 익숙하고 지겨운 브로맨스가 그 자릴 대신 채우며, 테일러 쉐리단이 <로스트 인 더스트>와 <윈드 리버>를 통해 구축한 아버지에 대한 태도는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의 캐릭터를 통한 유사 아버지 묘사를 통해 이상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전작의 몇몇 스타일, 가령 열감지 카메라를 이용한 쇼트나 국경지대의 광활한 사막을 보여주는 쇼트 등을 적당히 차용하기만 했을 뿐인 초반부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타일러 쉐리단의 각본 중 가장 떨어지는 짜임새를 보여주는 후반부는 맷(조쉬 브롤린)의 캐릭터를 완전히 붕괴시키면서 무리하게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둔다. 게다가 마약에서 밀입국으로 바뀐 소재를 소개하기 위해 등장하는 초반부 폭탄테러와의 연결 자체도 빈약하기만 하다. 예고편에서도 등장한 몇몇 총격 액션 장면은 차라리 로버트 로드리게즈 스타일의 B급 액션영화가 보고 싶어 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영화의 개봉 이후 드니 빌뇌브와 에밀리 블런트가 복귀하는 3편에 대한 소식이 올라왔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망가져버린 시리즈를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카리오>가 아닌 별개의 작품이었다면 영화를 더욱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작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작품인걸 관객과 연출가 및 제작진이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들이 좋아했던 전작의 요소들을 얄팍하게 사용할 뿐인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실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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