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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18. 2018

역시나 흥겹고 황홀한 뮤지컬

<맘마미아! 2> 울 파커 2018

 <맘마미아!>가 딱 10년 만에 돌아왔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전편은 최근 10년 사이 개봉한 뮤지컬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흥행작이었다. 메릴 스트립을 필두로 한 화려한 캐스팅과 아바(ABBA)의 노래들로 채워진 뮤지컬 넘버들만으로도 황홀한 작품으로 기억한다. <맘마이아! 2>는 프리퀄이면서 동시에 시퀄인 형식을 취한다. 전작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시점, 도나(메릴 스트립)의 죽음 이후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그녀의 소원이었던 호텔을 오픈하려 하고, 세 아빠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오프닝 파티 전 날, 여러모로 심란해진 소피는 도나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영화는 이렇게 젊은 도나(릴리 제임스)가 등장하는 과거와 소피를 비롯한 전작의 주역들이 등장하는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도나가 어떻게 샘(피어스 브로스넌/제레미 어바인), 해리(콜린 퍼스/휴 스키너),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조쉬 딜란)을 만났고 어떻게 그리스의 한 섬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소피는 무사히 도나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이번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맘마미아! 2>의 이야기는 확실히 무리수가 많다. 마치 메릴 스트립의 도나가 등장하는 딱 하나의 장면을 미리 정해두고, 이것에 맞춰서 이야기를 쓴 것만 같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물론 전작도 그랬지만)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영화만이 가능한 장점들로 이야기의 부실함을 채운다. 전작이 메릴 스트립과 아바의 노래라는 막강한 두 축으로 영화를 지탱했다면, 이번 작품은 메릴 스트립의 부재를 도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릴리 제임스와 현재 시점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로 채운다. 특히 릴리 제임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묘하게 젊은 시절의 메릴 스트립을 연상시키는 외모부터 영화 전체를 자신의 것으로 이끌어가는 노래 실력과 연기를 선보인다. ‘When I Kissed the Teacher’를 부르며 등장하는 젊은 도나를 보고 있으면, 릴리 제임스만큼 이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함께 출연한 다이나모스, 전작에서 각각 크리스틴 바란스키와 줄리 월터스가 연기했던 타냐와 로지의 젊은 모습 또한 더 이상 좋은 캐스팅은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제시카 키나 윈과 알렉사 데이비스가 연기한 젊은 타냐와 로지는 전편의 배우들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이는 것은 물론, 릴리 제임스에 뒤지지 않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비록 젊은 세 아빠를 연기한 배우들의 캐스팅(특히 해리를 연기한 휴 스키너는 완벽한 미스캐스팅이다)이 아쉽지만, 젊은 시절의 도나 앤 다이나모스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 내내 즐겁기만 하다.

 ‘Dancing Queen’, ‘I Have a Dream’, ‘Super Trooper’ 등 전작에도 등장했던 곡들을 다른 배우들, 혹은 더 많은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광경은 전작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즐길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는 편집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 개의 타임라인은 아바의 노래를 통해 꽤나 효과적으로 봉합된다. 연출자가 바뀌었지만 생각보다 매끄럽게 짜인 뮤지컬 시퀀스들은 객석에 조용히 앉아 있어야만 하는 극장 에티켓을 무시하고 뛰어놀고 싶어 질 정도이다. 특히 메릴 스트립이 등장하는 딱 하나의 장면은 산만하게 흩어진 두 개의 타임라인을 완벽하게 봉인한다. 이 정도의 존재감을 지닌 배우만이 가능한 장면이고, 메릴 스트립이 있기에 각본으로 쓰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단 한 장면 만으로 영화의 퀄리티를 바꿔버리는 메릴 스트립의 노래와 연기는 이를 동시대에 개봉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과거와 현재의 배우들이 한데 모여 ‘Super Trooper’를 부르는 영화의 마지막 무대는 영화가 지닌 단점들을 완전히 지워버린다. 이 이상으로 즐거운 속편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엔드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흐르는 메릴 스트립이 부른 ‘The Day Before You Came’을 듣고 있으면, 허술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맺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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