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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Nov 14. 2018

추억을 망치지 말아 줘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데이빗 예이츠 2018

 <해리 포터> 시리즈가 ‘위저드 월드’라는 세계관으로 명명된 뒤의 두 번째 작품,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관람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에 이은 이번 작품은 마법부 교도소를 탈출한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순혈 마법사들을 모아 머글들을 학살하려 하자, 덤블도어(주드 로)는 뉴트 스캐멘더(에디 레드메인)에게 이를 저지해 달라 부탁한다. 뉴트는 티나(캐서린 워터스톤), 티나(엘리슨 수돌), 제이콥(댄 포글러) 등의 친구들과 그린델왈드를 저지하려 하지만, 레타 레스트렝(조이 크라비츠), 테세우스 스캐멘더(칼럼 터너) 등과 이해관계가 엮이며 상황은 복잡해진다. 그 와중에 그린델왈드는 덤블도어를 죽이기 위해 내기니(수현)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포섭하려 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위저드 월드’ 최악의 작품이다. 가정폭력범 조니 뎁의 출연과 그를 옹호하는 J. K. 롤링, 데이빗 예이츠의 감독이 촉발한 논란이나 내기니 캐릭터에 얽힌 인종차별 논란을 차치하고 영화만으로 평가한다 해도, 이번 영화의 완성도는 처참하다.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동안 이들을 묶어주는 큰 줄기의 이야기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며, 그린델왈드의 범죄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그린델왈드는 그저 얼굴만 많이 비출 뿐 이렇다 할 범죄행각을 저지르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신비한 동물사전>의 134분짜리 쿠키영상을 액션과 여러 동물들의 등장을 끼워 만든 것을 보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 지경이다. 게다가 <트랜스포머> 4, 5편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가장 어색한 편집을 보여주기도 한다. 장면 뒤에 붙는 장면의 톤이 제대로 맞지도 않고, 갑작스레 등장하는 유머는 이걸 웃으라고 배치한 것인 지, 비웃으라고 배치한 것인지 헷갈리는 수준이다. 심지어 프레임 안에서 사라졌던 인물이 편집에 의해 갑자기 재등장하기도 한다. 더욱이 여러 캐릭터들(대부분 여성 캐릭터)은 저 인물을 이렇게 쉽게 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냥 소비되거나 얼굴만 비추고 있고, ‘신비한 동물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만큼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니플러 정도를 제외한 신비한 동물들의 쓰임 마저 배경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이러한 완성도는 J. K. 롤링의 부족한 각본 실력과 데이빗 예이츠의 수준 미달의 연출력이 맞물린 결과처럼 보인다. 롤링은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를 통해 처음 각본을 썼는데, 그는 각본을 마치 <해리 포터> 소설처럼 쓴다. 소설에선 챕터 구분이 명확하고 이를 통해 다른 장면에서 다른 떡밥을 배치할 수 있었겠지만, 각본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쓴다면 마구잡이로 이야기를 건너뛰며 떡밥만 남길뿐이다. 시리즈의 팬들이 쓴 무수한 팬픽보다 아쉬운 수준이다. 그로 인해 영화에 인서트 숏의 부족이 발생하고, 그저 각본을 영상화하는 것 이외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데이빗 예이츠는 이러한 부족함을 보충하지 못한다. 그저 신비한 동물들을 보여주고, 시리즈의 오랜 팬들이나 알법한 여러 떡밥들만 뿌린다고 재미있는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완결된 플롯, 아니 떡밥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플롯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소멸해버린 이 영화가, 액션 장면들의 물량공세를 통해 플롯의 빈자리를 채워보려 했던 <트랜스포머>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영화에 쏟아지는 수많은 논란들을 무시하고, 그냥 마음대로 시리즈를 이어가겠다는 롤링과 예이츠의 답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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