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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4. 2019

디즈니 '인터넷' 랜드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필 존스턴, 리치 무어 2018

 비디오 게임 속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가 7년 만의 속편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2018년에 등장한 작품인 만큼, 배경을 비디오 게임에서 인터넷으로 확장한다. 영화는 랄프(존 C. 라일리)의 실수로 바넬로피(사라 실버맨)가 있는 게임 슈가러시가 고장 나자, 랄프와 바넬로피가 게임기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고편에서부터 아마존, 이베이, 구글,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 등장하고, 백설공주부터 모아나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공주들이 총출동하며, <스타워즈>, 마블, 픽사 등 디즈니 소유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디즈니판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고 불리며 큰 기대를 얻은 만큼, <주먹왕 랄프2>가 인터넷을 어떻게 묘사하는지가 이 영화의 관건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 인터넷의 묘사는 픽사가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보여준 머릿속 세계와 유사하다. <인사이드 아웃>이 뇌과학을 바탕으로 기억과 감정의 지도를 그려냈다면, <주먹왕 랄프2>는 우리가 인식하는 인터넷의 작동방식에 따라 지형도를 그려낸다. 검색, SNS, 게임 등의 분류로 구획된 인터넷 세계는 물리적 이동이 필요한 세계로 그려지며, 랄프와 바넬로피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장면을 통해 인터넷이 완전한 무선의 비물질적 공간이 아님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한다. “3MB 이하의 아바타는 저속운행을 하게 되며…”이라는 인터넷 세상 속 안내방송은 이러한 속성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게임이나 프로그램 속 코드로 구성된 캐릭터들이 자각을 가지고 살아서 행동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주먹왕 랄프2>의 인터넷은 멀티탭을 허브로 삼는 전작의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영화의 세계관이 인터넷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어쨌든) 어린이를 타깃 관객으로 삼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코딩이나 알고리즘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다는 것은 어떤 세대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전작의 반복이자 약간의 발전이다. 랄프와 바넬로피가 실수와 갈등을 통해 더욱 단단한 우정을 쌓는다는 기본적인 틀은 유사하다. 전작이 절대적인 악당을 상정하고, 이를 통해 두 주인공의 성장과 우정을 발전하는 모습을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랄프의 실수를 통해 촉발된 사건이 중심이 된다. 랄프가 저지른 두 번의 실수를 통해 둘의 관계와 생존에 큰 위기를 겪는다는 설정 또한 유사하지만, 이번 작품은 우정을 바탕으로 한 두 인물의 관계가 물리적으로 함께한다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단짝 친구를 강조하고, 어떻게든 둘의 갈등을 우정으로 봉합하려는 디즈니적 서사 또한 존재하지만, 결국 각자의 삶을 위해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모습 또한 보여주는 발전을 선보인다. 그 과정이 불안정하고, 다소 거칠긴 하지만, <겨울왕국>, <모아나> 등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디즈니의 느릿한 변화를 이번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다양한 카메오는 <주먹왕 랄프2>의 백미이다. 특히 영화 중반부 등장하는 인터넷 속 디즈니랜드(?)의 모습이 압권이다. 아이언맨, 베이맥스, 스톰트루퍼, 이요르, <주토피아>의 닉 등 마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속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것도 모자라, ‘Let It Go’와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테마가 흘러나온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역시 공주들의 묘사인데, 80년에 가까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 공주 캐릭터들이 쌓아온 클리셰들을 비틂과 동시에 바넬로피 또한 디즈니 공주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방식은 달리 보면 위험한 스릴을 즐기는 바넬로피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디즈니의 공주 클리셰에 대한 반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각각의 공주들이 자신의 초능력을 발휘하는 액션 세트피스는 <엑스맨>이나 <어벤저스>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팀-업 액션만큼의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양한 카메오 이외에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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