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3> 딘 데블로이스 2019
*스포일러 포함
2010년 첫 선을 보인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가 9년 만에 마지막 작품을 내놓았다. 1편부터 연출을 맡았던 딘 데블로이스가 여전히 연출을 맡았고, 대부분의 캐스트들이 복귀했다. 영화는 전편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서 시작된다. 아버지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를 이어 버크 섬의 족장이 된 히컵(제이 바루첼)은 아스트리드(아메리카 페레라), 러프넛(크리스틴 위그), 에렛(키트 헤링턴) 등의 친구들, 그리고 드래곤의 왕 나이트 퓨리인 투슬리스와 함께 드래곤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드래곤 라이더인 어머니 발카(케이트 블란쳇)를 따라 다른 바이킹들에게 잡혀간 드래곤들을 구조하던 히컵의 일상은 투슬리스를 노리는 드래곤 사냥꾼 그리멜(F. 머레이 아브라함)의 등장으로 인해 붕괴된다. 게다가 투슬리스는 갑자기 나타난 암컷 나이트 퓨리인 라이트 퓨리와 사랑에 빠진다. 히컵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린 시절 스토이크가 들려준 드래곤들의 세상, ‘히든 월드’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드래곤 길들이기 3>는 이전에 나온 두 편의 영화가 준 즐거움을 무너트리는 작품이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는 너저분하고, 이러한 액션만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드래곤들의 비행 장면이 주는 쾌감이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전작들을 통해 익숙해진 경험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히든 월드’의 비주얼은 기대한 만큼 아름답긴 하지만, 다른 영화들에서 몇 차례는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을 준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합쳐 놓은 듯한 투슬리스의 귀여움만이 여전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캐릭터이다. 라이트 퓨리와 히든 월드의 등장은 히컵과 투슬리스의 이별을 암시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지루하고 종종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인간과 드래곤을 가리지 않고 짝을 맺어주려고 안달이 났다는 점이다. 영화는 히컵은 아스트리드와, 투슬리스는 라이트 퓨리와 어떻게든 맺어지고, 자식을 낳고, 가족을 꾸린 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결말을 정해두고 그 사이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 터프넛(T. J. 밀러)나 고버(크레이그 퍼거슨)과 같은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이 히컵과 아스트리드의 결혼 이야기를 꺼내 들고, 심지어 발카는 아스트리드가 히컵의 조력자 위치에만 머물도록 돕는다. 드래곤들의 이야기는 더욱 심각하다. 라이트 퓨리는 무려 투슬리스를 잡기 위한 그리멜의 미끼로 등장한다. 투슬리스는 자신의 파트너가 등장하고 나서야 홀로 비행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전편에서 강조한 우정이 주인-반려동물 관계에 가까운 주종관계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전편들의 중요한 모티프는 히컵과 투슬리스가 각각 신체적 결함이었다. 둘의 관계는 그것을 서로 보완하고 봉합하며 쌓아가는 관계였다. 투슬리스라는 이름에서부터 ‘무엇인가가 없다’는 것이 중요하게 거론되며 이러한 지점이 강조된다. 하지만 3편에 와서 둘은 각각 아스트리드와 라이트 퓨리를 만나고 예정된 이별을 겪는다. 투슬리스는 짝이 생기고 나서야 온전한 비행의 자유, 곧 히컵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반대로 그리멜과의 싸움에서 의족을 잃어버린 히컵은 투슬리스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아스트리드에게 지탱하여 서 있다. 이 과정에서 아스트리드와 라이트 퓨리의 캐릭터는 히컵과 투슬리스의 파트너, 둘의 이별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에 머문다. 결과적으로 두 여성 캐릭터는 두 남성 캐릭터의 결함을 보조, 지원해줄 뿐이다. 특히 아스트리드의 경우 1편부터 쌓아온 캐릭터성이 일정 부분 붕괴되기도 한다. 결국 <드래곤 길들이기 3>는 캐릭터, 이야기, 볼거리 등 많은 부분에서 전편보다 아쉽기만 하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했지만, 결국 용두사미의 마지막 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