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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7. 2019

기분 좋은 익숙함

<언더독> 오성윤, 이춘백 2018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은 대다수가 TV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거나, 장난감 등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때문에 영화의 타깃 관객인 아동에 맞춰진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인 관객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어느 정도 작품성을 지닌)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요구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 작품이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언더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함께 했던 이춘백 감독과 공동 연출하여 제작된 작품이다. 버려진 유기견 뭉치(도경수)가 짱아(박철민) 등이 속한 떠돌이 개 무리, 산에서 살고 있는 밤이(박소담)의 무리와 만나게 되며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목소리 캐스팅이 상당히 화려하다. <스윙 키즈>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는 도경수를 비롯해,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 등의 베테랑 배우들과 전숙경 등 전문 성우들이 함께 출연하고 있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언더독>에서 목소리를 맡은 배우들은 모두 자기 몫을 해내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2D와 3D를 오가는 연출은 두 감독의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과 유사하다. 전작이 그림책에서 나온 것 같은 비주얼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에게서 벗어나려는 개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뭉치와 밤이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사냥꾼(이준혁)과 벌이는 추격전은 기대보다 훌륭한 액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언더독>의 이야기는 좋게 말하면 익숙한 즐거움이고 나쁘게 말하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 속에 펫 샵과 강아지 공장 같은 동물권 이슈는 물론, 재개발, 외국인 노동자, DMZ 등의 이슈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물론 단순히 언급만 하고 지나가는 수준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문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특히나 재개발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영화 속 개들의 상황이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의 상황을 곧바로 연상시키는 지점이 있다. 다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동물 친화적인 부부는 조금 과한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한국영화 특유의 (이미 설명이 충분한데도 등장하는) 플래시백, 굳이 욱여넣는 러브라인 등은 진부한 클리셰로만 다가온다. 그럼에도 <언더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볼거리를 갖춘,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관객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과 <언더독>, 그 이후를 이을 작품이 계속해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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