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7. 2019

이젠 더 기대할 게 없는 호소다 마모루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2018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디지몬 어드벤처>부터 <늑대아이>, <썸머워즈>, <괴물의 아이> 등 최근작까지 우정, 모성애, 가족애, 부성애 등을 다뤘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이다. 4살 소년 쿤(카미시라이시 모카)은 엄마(아소 쿠미코)와 아빠(호시노 겐)의 관심이 새로 태어난 여동생 미라이에게 쏠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러던 중 쿤은 (의인화된) 반려견 윳코(요시하라 미츠오),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쿠로키 하루), 어린 시절의 엄마(사이카 사쿠라), 젊은 시절의 증조할아버지(후쿠야마 마사하루) 등을 만나는 환상적인 모험 속에서 성장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쿤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드는 여행을 에피소드의 병렬적인 나열 형식으로 담아낸다. 각각의 여행을 통해 여동생 미라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소홀해진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며, 증조부모 때부터 이어진 가족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산만하게 전개되고, 종종 튀는 작화를 보여주는 바람에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더욱이 남아인 쿤이 가족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남자애가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퉁쳐지는 사건들을 통해 촉발된다는 점은 <미래의 미라이>가 강조하고자 하는 지점들을 흐릿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미래의 미라이의 ‘벌 놀이’에 대한 쿤의 반응이나, 2차대전 때 비행기 엔진 공장에서 일했던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장면은 젠더적 관점과 역사적 관점에서 큰 고민 없이 들어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전자는 남아의 성적 판타지를 은근슬쩍 드러낸다는 점에서 불쾌하기만 한 장면이고, 후자는 2차대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물과 그 시절을 낭만화한다. 이러한 두 에피소드에 대한 불쾌함을 제외하더라도, 쿤의 단선적인 성장을 위해 도구화되는 가족들의 면면을 나열하는 방식은 호소다 마모루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그 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미래의 미라이>는 <괴물의 아이>를 보고서 낮아진 호소다 마모루에 대한 기대치를 확정 지어주는 작품에 그치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극으로도 추리극으로도 조금 아쉬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