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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2. 2019

심리극으로도 추리극으로도 조금 아쉬운

<리지> 크레이그 맥닐 2018

 크레이그 맥닐의 <리지>는 ‘도끼 살인’으로 잘 알려진 리지 보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동안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 오페라, 연극, TV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사건의 전말 자체가 미스터리에 쌓여 있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리지 보든의 친부와 계모가 살해당한 사건이 재해석되었다. <리지>는 리지 보든과 보든 집안의 하녀인 브리짓 설리번이 연인 관계였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아메리칸 싸이코>, <도그빌>, <린 온 피트> 등의 클로에 세비니가 리지 보든을 연기하며 제작 또한 맡았고, 하녀 브리짓 설리번 역으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각종 독립/예술영화들에 출연중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출연했다. 

 영화는 리지의 친부인 앤드류 보든(제이미 쉐리던)과 계모인 애비 보든(피오나 쇼우)의 시체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처음부터 모든 결과를 보여주는 영화는 관객이 이미 유명한 리지 보든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처럼 영화를 전개해 나간다. 오프닝 쇼트 이후 브리짓이 보든의 집에 도착하고, 영화가 전개되면서 리지와 브리짓의 관계, 리지의 생활을 억압해오는 아버지 앤드류의 행동, 삼촌 존(데니스 오헤어)에게 유산을 남기려는 앤드류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리지>는 작은 사건들을 천천히 보여주며 리지와 브리짓의 심리에 집중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갑자기 영화가 범죄 추리극이었던 것처럼 등장한다. 조심스럽게 리지와 브리짓의 심리에 다가가던 카메라는 선정적인 사건을 신나서 보도하는 신문기사들처럼 사건의 전말을 담아낸다. 물론 유사한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나 슬레셔 영화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초중반부를 지탱해온 정서가 후반부에 휘발되고 만다. 사실 초중반부의 심리적 접근도 클로에 세비니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출중한 두 배우의 레즈비언 로맨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 뿐, 영화 자체의 힘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리지>는 심리극으로도, 추리극으로도 어딘가 아쉽지만,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힘이 영화를 간신히 지탱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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