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룸> 애덤 로비텔 2019
6명의 사람이 모인다. 너드 공대생 조이(테일러 러셀), 소위 ‘화이트 트래쉬’라 불릴 벤(로건 밀러), 잘 나가는 주식맨 제이슨(제이 엘리스), 트럭 운전수 마이크(타일러 라빈), 퇴역군인 아만다(데보라 앤 윌), 방탈출 게임 오타쿠인 대니(닉 도다니).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을 받고 모인 이들은 세계 최고 난이도의 방탈출 게임 업체인 미노스의 게임에 초대되었다. 어느 순간 시작된 게임은 참가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오븐 룸, 아이스 룸, 업사이드다운 룸, 포이즌 룸, 일루전 룸, 크러쉬 룸 등 여섯 개의 방을 모두 통과한 사람에게 1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다. 얼핏 <쏘우>나 <큐브> 등의 호러영화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이스케이프 룸>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탈출 게임’의 컨셉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어쩌면 익숙하고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이스케이프 룸>은 컨셉을 끝까지 유지하며 장르적인 쾌감을 유도한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숫자로 만들어진 자물쇠, 의미가 불명확한 문장 등의 단서, 이러한 단서들을 짜 맞추며 방을 탈출하려는 인물은 방탈출 게임을 해본 관객이라면 공감할만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황이 첨가되면서 발생하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한때 방탈출 게임에 흠뻑 빠져 있던 입장에서, <이스케이프 룸>은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의 게임’이라는 한계를 붕괴시키면서 신선함을 더한다. 게임의 참가자들 모두가 이것이 ‘방탈출 게임’이라는 것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영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스케이프 룸>의 캐릭터들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쏘우>나 <큐브> 같은 영화 속 인물들과는 확실히 다른 캐릭터성을 드러낸다. 각 인물들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방탈출 게임이라는 설정의 효과가 배가되기도 한다.
다만 각 캐릭터들의 과거를 엮어내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방들의 단서와 풀잇법들에서 오는 쾌감은 캐릭터들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조금씩 진부해진다. 특히 캐릭터들이 지닌 트라우마를 방의 컨셉과 결부시킨다는 설정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아쉬움만 남기고 만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갈등을 위한 트라우마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살인 방탈출 게임의 배후가 드러나는 순간은 반전이나 쾌감의 순간이기보단, 진부하고 익숙하기 짝이 없는 엔딩으로 남게 된다. 아이디어만 계속 이어진다면 <쏘우>나 <데스티네이션>처럼 시리즈화될만한 소재를 가진 작품이지만, 속편을 예고하는 엔딩이 주는 기대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