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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19. 2019

잊지 못하는 것에 토해내는 울분

<악질경찰> 이정범 2018

 비리와 유착으로도 모자라 직접 범죄를 사주하기까지 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목돈이 필요해진 그는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조필호의 사주를 받은 한기철(정가람)이 창고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창고가 폭발해버리고, 이후 조필호는 한기철이 마지막으로 보낸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압류창고에 있던 문서들이 타버려 증거를 잃어버린 남검사(박병은)는 그 동영상을 새로운 증거로 지목하고 이를 추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리범죄에 지목된 태성그룹의 권태주 실장(박해준)이 동영상을 없애기 위해 동영상의 수신자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제목이 <악질경찰>이긴 하지만, 조필호는 등장부터 악질의 수준을 넘어선 인물이다. 그는 악질이라기보단 사회악이다. 그는 등장부터 이미 용서받지 못할 인물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범 감독은 <악질경찰>에 직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등장시킨다. 안산단원서에서 재직 중인 조필호는 사건의 자장 안에 놓여 있는 인물이며, 사건 당시 유가족과 언론들을 직접 상대한 인물로 묘사된다. 반면 장미나는 학교 밖 청소년이기에 참사를 피한, 그리고 참사로 절친을 잃은 인물이다. 

 영화는 둘을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동행하게 한다. 두 인물이 동행하며 사회악인 조필호보다 더 한 사회악이 등장하고, 조필호는 참사의 직간접적인 피해자를 옆에서 지켜보며 나름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악질경찰>은 이정범 감독이 기존에 만들던 영화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 남성은 입에 욕설을 달고 살며, 굉장히 폭력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변화되어 여성 주인공을 구한다. 이번 영화가 <아저씨>, <우는 남자>와 다른 지점은 ‘구해내는 것’보단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울분을 터트리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지켜내지 못한 것, 구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것, 그리고 해소될 수 없는 울분을 터트리며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것.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악질경찰>의 방법론은 범죄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오는 울분과 통쾌함에 있다. 물론 이것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울분을 터트리는 주체는 소시민도, 동년배의 학생도, 자신의 역할을 최소한이나마 수행한 공직자도 아닌 사회악 그 자체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물이 피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해봐야 공감 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먼저 밀려오긴 하지만, 조필호의 울분에 공감할 수 있는 관객들도 있긴 할 것이다.

 좋은 부분도 있다. 장미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가 등장하는 장면과, 유가족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특히 장미나가 쓴 편지가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남은 사람의 무기력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어쩌면 이런 무기력함을 ‘악질’을 바탕으로 한 방식으로 표현했다면 조금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묘사가 등장한다. <악질경찰>이 지닌 무수한 아쉬움 가운데 유일하게 마음이 가는 장면이다. 


 위 포스팅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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