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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하게 보다 끝나면 깨버리는 영화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꿈의 제인>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소현(이민지)은 함께 지내던 정호가 떠나고 홀로 남는다. 그의 앞에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이 나타나고, 소현은 제인이 보살피는 가출팸에 들어가 생활하게 된다. 생활에 안정을 찾지만, 제인의 몸에 이상이 생기며 안정이 깨지려 한다. 여기까지가 영화 전반부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후반부는 같은 등장인물들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반부에 잠깐 등장했던 가출팸에 소현과 전반부에서 제인의 패밀리였던 지수(이주영)이 머물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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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야기 중 어느 것 하는 꿈 또는 환상인 것처럼, 혹은 소현이 겪은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와중에 제인이 꿈처럼 등장한 것인지 알 순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몽롱한 듯 하다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들을 자극한다. 끝을 모르고 찾아오는 불행 속에서 제인은 안식처 같은 존재가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불행하다. 각자의 사정으로 집을 떠나왔고, 하필이면 폭력적이고 권위주의로 가득한 가출팸에 들어와버렸다. 아르바이트도 몰래 해야 하고, 신고식이랍시고 폭언을 들어야 하며, 심지어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제인은 그들에게 “사람은 넷인데 케이크는 세 조각이면 다 같이 안 먹을 수도 있어야 한다.”거나, 소현이 칼로 손목을 그은 자리에 클럽 입장 도장을 찍어준다. 제목이 굳이 ‘꿈의’제인인 것은 이런 제인이 불행한 사람들의 꿈 같고, 소현이 꾸는 꿈 속의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물들이 불행 속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제인은 어차피 불행한 거 같이 불행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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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불친절한 영화이고, 중간에 페이스를 놓쳐버린다면 따라가기 힘든 영화일 수도 있다. 위에서 몽롱하다고 적었지만 굉장히 독하기도 하다. 조현훈 감독은 영화에서 묘사된 가출팸의 모습이 극 중 등장한 범죄행위를 제외하면 오히려 미화된 수준이라고 했다. 소현이 왜 제인을 꿈 꾸는지 알 것 같다.

이민지 배우와 구교환 배우가 이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남녀배우상을 수상했다. 충분히 납득 가는 수상이다. 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 이민지 배우와, 트랜스젠더로 변신한 구교환 배우의 연기가 <꿈의 제인>의 분위기를 확실히 잡아준다. 여기에 지수를 연기한 이주영 배우의 연기가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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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참 좋다. 크레딧을 보니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면서 동성애자인 플래쉬 플러드 달링스의 음악이었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곡이 특히 좋았다. OST앨범이 발매된다면 구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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