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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05. 2019

추모와 연대, 그리고 아쉬움

<생일> 이종언 2018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외국에서 일하던 정일(설경구)은 오랜만에 귀국한다. 그가 외국에 있는 동안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수호(윤찬영)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한국에 남아있던 아내 순남(전도연)과 딸 예솔(김보민)을 오랜만에 만나지만, 참사 이후 만난 이들의 일상은 많은 것이 변화해 있다. 수호의 생일이 다가오고, 정일은 수호의 친구들,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수호의 생일을 챙기자는 제안을 받는다.

 <생일>은 이창동 감독 밑에서 연출부로 일하던 이종언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래서인지, <생일>의 쇼트들에서 이창동의 영향이 느껴진다. 특히 사건 이후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도연의 출연으로 인해서) <밀양>을 연상시키는 장면과 연기들로 가득하다. 영화는 트라우마와 갈등이 뒤섞인 현재를 담아낸다. 영화의 배경은 2016년이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은 사건이기에 영화의 내용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때문에 이종언 감독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여전히 일상이지만 더 이상 일상이 아니게 된 공간을 포착하는데 할애한다. 이는 좁게는 수호의 방과 순남의 집, 넓게는 안산시 전체, 또는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유가족들이 생활하는 장소, 기억이 담긴 장소에 집중한다. 영화는 격정적인 연기나 카메라 워크는 최대한 자제한 채 파편화된 채로 유지되는 일상을 담는 카메라는 봉합되지 않는 균열 위에서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생활에 집중한다. 동시에 수호의 친구, 옆집의 사람, 친척, 다른 유가족 등을 등장시키며 참사가 집단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기억과 트라우마임을 상기시킨다. 일상이지만 일상이 아니게 된 현재. <생일>의 장점은 이를 잡아낸다는 점이고, 이를 통해 추모와 연대, 기억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은 제목에서 예정된 수호의 생일파티를 향해 전진한다. 그런데 정작 생일 장면에서 기시감과 거리감을 느꼈다. 갈등과 트라우마는 죽은 이의 생일을 기리는 장소에서 그저 봉합된다. 그곳은 오롯이 추모의 장으로만 존재하는 곳이고, 영화의 두 주인공은 영화에 흩뿌려진 타인들이 기능적으로 변해버린 인공적인 공간에서 봉합된다. ‘생일’을 주관하는 사회자는 건조하고 기계적이다. 진행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죽은 이의 이야기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시인에게 전해져 편지가 되어 돌아오고, 각기 다른 이의 기억은 봉합을 위한 조각일 뿐이다. <생일>이 2시간 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파편들이 너무나도 기능적으로 변모하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쉬웠다. 어쩌면 이창동의 영화문법을 따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어떤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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