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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12. 2019

스티븐 킹 잘못 먹으면 이렇게 됩니다

<공포의 묘지> 케빈 콜쉬, 데니스 위드미어 2019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새로 개봉했다. 케빈 콜쉬, 데니스 위드미어가 공동연출을 맡은 장편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원작으로 한 <공포의 묘지>가 그 영화이다. 1989년 메리 램버트에 의해 한 차례 영화화된 바도 있다. 내용은 이렇다. 도시의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루이스(제이슨 클락)가 어느 시골의 대학 의무실로 전근을 오게 되고, 아내 레이첼(에이미 세이메츠), 딸 엘리(주테 로랑스), 아들 게이지(휴고 라보이/루카스 라보이), 고양이 처치와 함께 전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집 뒤편에 있는 숲에는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있고, 길 건넛집에 사는 노인 저드(존 리스고)가 우연히 그곳을 찾은 엘리에게 그곳에 대해 설명해준다. 어느 날, 루이스는 꿈에서 교통사고로 의무실에 실려 왔다 죽은 학생에게 정체모를 경고를 받는다. 루이스와 저드는 사고로 죽은 고양이 처치를 애완동물 공동묘지 뒤편에 있는 어떤 장소에 묻고 온다. 다음 날 처치가 살아 돌아온다. 그곳의 힘을 알게 된 루이스는 딸이 교통사고로 죽자 그곳을 다시 찾게 된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은 죽음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죽음 이후는 있는 것인가?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가까운 존재의 죽음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메리 램버트의 <공포의 묘지>는 이 테마를 잘 살렸다고 하긴 어려웠지만, 소설의 내용을 잘 압축하고 시각화한 재밌는 장르 영화였다. 하지만 케빈 콜쉬와 데니스 위드미어가 연출한 이번 영화는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다. 스티븐 킹의 주제의식은커녕, 장르적 재미도 완전히 놓쳐버리고 만다. 음악과 몇몇 점프스케어에 의존하는 호러 연출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변경된 몇몇 설정, 가령 저드의 아내가 이미 사망한 상태라던가, 게이지 대신 딸이 사고를 당해 죽는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쓸모가 없다. 쓸모없을뿐더러 원작의 이야기 전개와 바뀐 설정이 충돌하면서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고 만다. 특히 엘리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헛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공포의 묘지> 또한 그 흐름에 맞춰 리메이크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티븐 킹 원작의 좋은 영화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공포의 묘지>는 완벽하게 후자의 위치에 속한다. 원작과 89년작에서는 (물론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지만) 레이첼의 언니의 장애가 레이첼의 트라우마로 다루어졌고, 어린 레이첼의 시선으로만 간결하게 묘사되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마치 괴물처럼 적나라하게 묘사되며 오로지 공포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이러한 지점이 스티븐 킹의 작품을 영화로 옮길 때 할 수 있는 최악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 스티븐 킹은 공포스러운 이미지만으로 사람들을 매혹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서 그저 이미지만 (그것도 괴상망측한 방식으로 변용해서) 취해 온다면 그것은 망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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