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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Sep 08. 2019

조금 정리가 덜 된 27년 간의 기억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안드레스 무시에티 2019

 7명의 ‘루저 클럽’ 아이들이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에 맞서 싸운 지 27년이 지난 현재, 홀로 데리에 남은 마이크(이사야 무스타파)가 빌(제임스 맥어보이), 베벌리(제시카 차스테인), 리치(빌 헤이더), 에디(제임스 랜슨), 벤(제이 라이언), 스탠리(앤디 빈)에게 연락을 돌린다. 그가 연락한 이유는 페니와이즈가 돌아왔기 때문. 이들은 다시 작은 마을인 데리에 모여 페니와이즈와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무려 169분의 기나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성인이 된 ‘루저 클럽’ 멤버들의 재회와 또 한 번의 성장, 그리고 기억이라는 테마를 다룬다. 긴 러닝타임은 이들 각자의 트라우마를 그려내는 플래시백(이자 환상)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기억을 중심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하는 선택이다. 전편의 이야기는 루저 클럽 멤버 각각의 트라우마를 페니와이즈가 공격하는 모양새였다면, 이번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가 자신의 트라우마-기억 속으로 찾아 들어가 페니와이즈에게 대항하는 이야기이다. 마이크의 부름을 받고 데리에서 재회한 이들은 각자 흩어져 자신의 트라우마를 기억해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간다. 빌은 조지가 페니와이즈의 습격을 받았던 하수구, 베벌리는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아가는 식이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찾아간 장소에서 페니와이즈가 기괴하게 비틀어버린 자신들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전편의 사건 이후 데리를 떠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이들은 서로의 존재조차 잊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데리에 머물며 이를 기억하고 있던 마이크의 전화를 받고 불현듯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27년이 지나 성인이 된 ‘루저 클럽’이 마주한 것은 과거에서 회귀한 각자의 기억이다. 페니와이즈는 이들이 마주한 기억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트라우마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이다. 이들은 페니와이즈를 다시 한번 상대하면서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고, 다시 한번 성장하게 된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전작과 마찬가지로 성장영화의 틀을 사용하고, 공포 이외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16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루저 클럽 7명의 이야기를 잘 정돈했다고 하긴 어렵다. 영화는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뒤 개별적인 이야기를 제각각 풀어내고, 후반부 페니와이즈와의 결전으로 묶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캐릭터 별 러닝타임의 분배는 어느 정도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각자의 기억과 모두가 기억하는 전편의 상황들 사이의 구멍은 채워지지 않는다.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개별적인 캐릭터의 서사는 어느 정도 쌓아 올려졌지만, 페니와이즈와의 결전이라는 정해진 결말로 향해가는 전체적인 서사는 계속 덜컥인다. 갑작스레 등장한, 전편의 ‘불리’였던 헨리(티치 그랜트)라던가, 미약한 주제만 던지고 퇴장한 에이드리안(자비에 돌란) 같은 요소들의 등장은 영화를 산만하게 만든다. 전편의 촬영감독이었던 정정훈의 자리를 대신하는 체코 바레세의 촬영은 전편만큼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안드레스 무시에티는 전작의 성공요인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개별 캐릭터의 이야기를 쌓는데 급급하여 영화 전체를 정돈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는 제작비 1억 달러의 블록버스터 호러를 관람하는 재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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