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원'의 양가적인 공간

<동물, 원> 왕민철 2018

왕민철 감독의 <동물, 원>은 청주동물원의 사육사와 수의사, 그리고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곳의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우리를 청소하는 것은 물론, 동물들의 먹이를 준비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새로 태어날 새끼 동물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이들이 동물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동시에 야생에 적응하지 못한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한다. <동물, 원>은 이러한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청주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과 사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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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양가적인 영화였다. 오락과 ‘노아의 방주’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동물원이라는 공간부터 시작해 사육사/수의사의 직업윤리, 사육사-동물의 관계, 동물의 생과 죽음 등을 경유하면서 동물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과 동물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들을 뒤섞어 놓는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동물원이 사라지는 것이 궁극적인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인간과 애착관계를 형성한 동물원의 동물들, 살아갈 생태계가 더 이상 존립하지 못하기에 보호받아야 할 동물들을 위해 ‘일단’ 동물원이 필요한 역할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오락으로 격하시켜 인간의 우월성을 드러내려는 공간으로서의 ‘원(garden)’과 어쨌든 동물이 살아가고 보존되는 장소로서의 ‘동물(zoologycal)’이 공존하는 애매한 공간을 조금 산만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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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동물원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한 수의사의 인터뷰는 모순된다. 어떤 식으로든 ‘자연의 경이’가 인공적인 공간에 조성될 수는 없다. 경이 보단 공존의 한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후반부에 배치된 이 인터뷰는 <동물, 원>이 오락으로써의 동물원과 ‘노아의 방주’로써의 동물원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때의 균형감각을 분산시킨다. <동물, 원>은 두 역할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가? 영화가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는 것은 양측을 오가는 영화가 두 방향 중 어느 쪽도 선택하고 있지 않기에, 혹은 선택할 수 없기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영화의 산만함, 불안정함은 동물원을 둘러싼 논의의 다양함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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