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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Sep 20. 2019

미지에 대한 거부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2019

*스포일러 포함


 가까운 미래,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가 이끌었던 ‘리마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클리포드의 우주선은 해왕성 인근 어딘가에서 연락이 끊기도 만다. 클리포드의 아들 로이(브래드 피트)는 아버지를 따라 우주에서 일하는 직업을 택한다. 지상과 우주를 연결하는 우주 안테나에서 일하던 그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우주 폭풍 ‘써지’로 인한 사고로 지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러한 ‘써지’ 현상이 인류에 위협이 되고, 우주사령부는 로이를 찾아가 클리포드의 리마 프로젝트가 진행한 실험이 현상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던 로이는 우주사령부의 명령을 받아 아버지를 회유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애드 아스트라>는 <이민자> 등의 영화로 알려진 제임스 그레이의 첫 SF영화로, 전작 <잃어버린 도시 Z>의 주제를 이어간다. 전작은 미지의 것을 보고자 하는 집착에 관한 작품이었다. 제임스 그레이는 미지의 도시 Z를 찾고자 하는 퍼시 포셋의 여정을 통해 영화라는 환영의 너머를 찾고자 하는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 보였다. <애드 아스트라>의 기본 이야기도 이와 같다. ‘써지’라는 이상현상과 실종되었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생존은 로이가 잊고 살았던 미지를 근원으로 삼는다. 영화의 첫 장면은 임무를 위해 우주로 떠나기 전, 심리 검사를 받는 로이의 모습이다. 로이는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이 검사를 매번 손쉽게 통과한다. 위험상황에서도 심박수가 80을 넘어본 적 없다는 로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이다. 그는 언제나 평정심을 강조한다. 우주에서 위험한 임무를 할 때도, 행성 사이를 오가는 장거리 비행을 할 때도 평정심은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로이가 스스로 내재화한 부분도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심리 검사를 통해 강제되기도 한다. 때문에 로이의 ‘평정심’은 우주 시대의 개척자이자 영웅이며, 미지로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가리는 것이기도 하다. 

 로이의 여정은 미지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서 지워버린 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애드 아스트르라>는 <잃어버린 도시 Z>와는 다른 길을 향한다. 미지에 대한 집착이었던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미지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있다. 로이가 평정심을 포기하고 찾아간 미지에는 ‘써지’ 현상을 일으키는 리마 프로젝트의 우주선이 있고, 아버지 클리포드가 있다. 해왕성으로 떠나기 전 화성에 들른 로이는 아버지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선원들을 죽였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로이의 목적지인 미지를 더 이상 미지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러닝타임이 중간 즈음에서 미지의 정체가 까발려지자 로이의 선택지는 그곳으로 돌진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권태로운 평정심에서 탈출하기 위한 이 무력한 돌진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로이는 핵폭탄으로 자신의 미지를 직접 파괴하고, 돌진하여 지구로 귀환한다. 영화는 이 장면을 힘주어 촬영했지만, 결국 무력하게 자신을 내던지는 이 돌진 이후 로이는 다시금 어떤 평정심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것은 분명 여정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무엇인가를 갈망하지 않는다.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지만, 그에게 미지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잃어버린 도시 Z>의 퍼시 포셋이 미지에 자신의 몸을 투신했다면, <애드 아스트라>의 로이는 미지가 존재함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위해 자신을 ‘평정심’에 투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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