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8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1. 논란은 어떤 것을 논란이라고 호명함으로써 논란이 된다. 어떤 것은 논란으로 담론화되면서 성역화됨과 동시에 폄하된다. 평가절상과 평가절하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논란의 대상이 된 어떤 것은 '논란'이라는 상황 자체를 떠도는 것이 되고, 결국 '어떤 것' 그 자체에 대한 비평과 해명은 쉽게 시도되지도, 이루어지지도 못한다. 우리는 누가 그것을 '논란'으로 호명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논란 속에서 부유하는 대상을 건져내거나 침몰시키기 위한 무조건적인 지지나 비판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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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을 영화화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번역 작업이다. 특히 작품의 내용만을 취하는 것이 아닌 형식을 번역할 때는 원작과 번역된 작품 사이의 비교가 당연히 필요하다.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김도영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이러한 비교가 필수적이다.


3. <82년생 김지영>은 미투운동 이후의 (특히 한국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일 것이다. 2016년에 출간된 소설과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사이의 시차는 두 작품이 각각 속해있는 세계를 크게 바꾸었다. 기록되는 대상에서 서술하는 주체로의 변화는 명맥히 그 시차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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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넷플릭스가 제작한 힙합 경연 프로그램 <리듬+플로우>를 보는 동안 <쇼미더머니>에서 보지 못한 편집과 촬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쇼미더머니>에서 출연진이 공연을 할 때, 카메라는 대기실에서 대기중인 심사위원과 다른 경연자, 그리고 관객들을 촬영한다. <리듬+플로우>에서는 공연장에 앉아 경연을 관람하는 세 명의 심사위원만을 비추고, 관객의 모습은 대부분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등장하지 않으며, 다른 경연자가 공연에 반응하는 장면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는 관객이 심사위원이 되는 <쇼미더머니>와 시종일관 세 명의 스타 래퍼가 심사위원을 맡는 <리듬+플로우>의 상반된 규칙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을 이루게 된 심사위원과 다른 경연자를 포함한)관객에 편중된 촬영과 편집은 공연의 감흥을 끊어내고 리액션만을 보여주는 <쇼미더머니>와 공연 자체를 담는 데 집중하는 <리듬+플로우>의 차이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평가를 바꿔 놓는다. 이것은 경연에 참여한 래퍼들의 실력이나 가사를 비롯한 그들의 퍼포먼스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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