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제임스 아이보리 1987
지금의 관객들에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각색자로 알려져 있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대표작 <모리스>가 30년 만의 국내 최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리스> 또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과 남우주연상,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1909년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시작된다. 학생인 모리스 홀(제임스 윌비)은 우연히 클라이브 더럼(휴 그랜트)을 만나게 된다. 한두 학기를 같이 보내게 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범죄였다. 학교를 중퇴하고 모리스는 죽은 아버지를 이어 주식 중개인으로, 클라이브는 변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여전히 사랑을 유지하던 둘은, 클라이브의 대학 동기가 동성애 행위로 징역을 선고받으며 급변하게 된다.
<모리스>는 1909년에서 1차 대전이 벌어지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여전히 많은 것들 것 금기였으며, 재산에 의한 사회적 지위의 격차 또한 강력하게 작용했다. 또한 케임브리지 대학 장면들을 통해 묘사되는 것처럼, 중산층 이상의 ‘신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가지는 정신적 가치는 기독교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주변 묘사를 통해 이러한 영국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서의 금기된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프롤로그에서 어린 모리스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일종의 성교육을 받는다. 모리스는 이를 들을 때마저 ‘금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게 된다. 기독교에 바탕을 둔 이성애 중심주의 사회에서 그 밖의 사랑들은 금기로 치부된다. 모리스는 그것을 억압당해 왔고, 클라이브를 만남으로써 억압된 것들이 해방된다.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 벌어지는 모리스와 클라이브와의 갈등은, 결국 정상성을 택하고 기독교-이성애 중심주의의 감시체계로 순응하는 삶과 감시체계 밖으로 탈주하는 삶 사이를 선택하는 갈등이다.
때문에 영화의 전반부가 아름답고 과감하며 위태로운 둘의 사랑을 다룬다면, 후반부는 사랑이라는 상태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모리스의 (사실상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 그 때문인지, 영화 초반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의 로맨스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같은 아름다운 봄과 여름날들을 그리고 있다면, 후반부는 더글라스 서크의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처럼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사적인 투쟁이 이어지는 겨울날과 같다. 특히 클라이브와 모리스가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영화의 거의 마지막 즈음의 장면은 서크의 멜로드라마들에 대한 명백한 오마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모리스>는 서크의 여러 영화들이 보여준, 사회적, 역사적으로 금기시되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계승하고 있다. 다소 어리바리한 모습의 모리스와 그저 매혹적인 클라이브, 그리고 둘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상황을 제시하는 알렉 스커더(루퍼트 그레이브스) 세 사람으로 써낸 한 편의 드라마는, 그 자체로 1910년대 초반 런던에 대한 보고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