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사살 당한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 루벤 플레이셔 2019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10년 만에 돌아온 <좀비랜드>의 속편이다. 전작을 통해 장편영화 연출자로 데뷔한 루벤 플레이셔는 물론, 10년 사이에 모두가 한 번씩은 오스카에 노미네이션 된 네 명의 주연배우도 모두 복귀했다. 영화는 좀비 아포칼립스가 찾아온 지 10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전작에서 위기를 함께 넘기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위치타(엠마 스톤), 리틀록(아비게일 브레스린), 텔러해시(우디 해럴슨)는 텅 빈 백악관을 자신들의 집처럼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즐거우면서도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결국 리틀록과 위치타는 ‘집’으로 규정되는 공간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짧은 메모만을 남긴 뒤 사라진다. 위치타와의 결혼을 꿈꾸던 콜럼버스는 우연히 만난 생존자 매디슨(조이 도이치)과 애매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위치타가 돌아와 리틀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이들은 리틀록을 찾아 여정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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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라는 제목을 내세우며 일종의 좀비 테마파크를 지향했던 전작의 방향성은 속편에서도 유지된다. 콜럼버스의 규칙들을 보여주는 자막과 잡다한 대중문화 인용, 다혈질의 텔러해시와 어리벙벙한 콜럼버스, 까칠한 위치타 등의 캐릭터들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하지만 전작의 장점들이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지지는 않는다. 트윙키 대신(이번 영화에서는 단 한 번의 언급도 없다) 앨비스 프레슬리에 집착하는 텔러해시의 캐릭터는 익숙하고 지겨운 카우보이의 모습만이 남았고, 위치타는 콜럼버스와의 연애관계를 통해서만 캐릭터가 전개되며, 리틀록 또한 텔러해시와의 유사부녀관계 속에서만 캐릭터가 그려진다. 그리고 콜럼버스는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매디슨과의 재미없는 로맨스 가운데 캐릭터성이 흐려졌다. 이들이 좀비들과 대결하는 장면들은 영화의 제작비가 늘어남에 따라 더욱 화려해졌지만, 정정훈 촬영감독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만한 장면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좀비들의 분류나 T-800이라 불리는 돌연변이 좀비의 출연은 짧은 에피소드만을 만들어낼 뿐, 이야기 자체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 몰려오는 T-800 좀비들은 대체 기존 좀비들에 비해 어디가 더 강해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좀비랜드: 더블 탭>은 게으른 각본과 함께 전작의 단점들만을 두드러지게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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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더블 탭>의 가장 큰 패착은 ‘바빌론’이라는 공간의 등장이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비폭력을 지향하는 히피 공동체를 설정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한심한 아이디어일까?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10년을 생존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총을 녹여 펜던트로 만들고,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가운데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좀비랜드> 시리즈는 코미디 영화이고,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들은 이미 다수 존재해왔다. 하지만 바빌론은 세계관이 성립될 수 있는 최소한의 논리도 고려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설정이다. 때문에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즐거운 장면들은 대부분 전작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드러내기에 즐거울 뿐이며, 바빌론과 같은 새로운 설정들은 즐거움은커녕 어처구니없는 당황스러움만을 제공한다. 전편의 한 인물이 재등장하는 쿠키영상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즐거운 장면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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