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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Nov 29. 2019

포드(주의)와 맞선 카레이서

<포드V페라리> 제임스 맨골드 2019

 카레이서인 캐롤 셸비(맷 데이먼)는 59년 프랑스 르망 24시간 레이스 경기 이후 심장병으로 인해 은퇴한다. 은퇴하고 스포트카 세일즈맨 겸 레이싱 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팀에는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선수로 뛰는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가 있다. 어느 날, 매출이 늘지 않는 포드사는 레이싱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마케팅 담당 임원인 리(존 번탈)가 캐롤에게 협력을 요청한다. 포드의 막대한 자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안에 캐롤은 켄을 비롯한 자신의 팀과 함께 포드와의 협력을 시작한다. 캐롤은 르망 레이스에 나갈 선수로 켄을 제안하지만, 포드의 부회장 리오(조쉬 루카스) 개성 강한 성격을 지닌 켄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한다. <나잇&데이>, <로건> 등의 감독으로 알려진 제임스 맨골드의 신작 <포드V페라리>는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전작들을 통해 드라마와 액션 모두에 재능이 있음을 보여준 제임스 맨골드의 장기가 어김없이 발휘되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제목은 포드와 페라리, 두 회사와 각 회사의 CEO가 대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포드는 르망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꺾기 위해 캐롤을 섭외했다. 당시 두 회사의 CEO였던 헨리 포드 2세와 엔초 페라리가 모두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회사의 단순한 대결구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 영화가 카레이싱 스포츠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것도 아마 이 지점일 것이다. 영화는 <러시: 더 라이벌>처럼 특정인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작품도, <니드 포 스피드>처럼 레이싱의 쾌감만을 다루는 작품도 아니다. 캐롤과 켄, 특히 켄이 대결하는 것은 ‘포드주의’다. 영화는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의 첫 등장부터 말 한마디로 공장을 멈추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임원들을 ‘식충이’라고 부른다. 그의 아버지이자 포드사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기계적인 공정으로 노동생산성을 극대화한 인물이다. 하지만 획일화된 노동과정은 노동자를 더더욱 공장의 부품처럼 다루게 하였으며 자본가의 통제권을 확고히 하였다. 또한 관료주의 및 문서주의와 결합된 포드주의는 위계적이고 경직된 회사를 만들어낸다. 헨리 포드 2세가 이끄는 포드사가 그 전형 속에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다소 다혈질적이며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것보다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하길 원하는 켄과 포드사 임원인 리오가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캐롤을 매개로 하여 벌어지는 둘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켄과 캐롤은 물론 포드사의 자본과 헨리 포드 2세의 제안을 통해 르망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포드의 자본에 자신들의 기술력을 더해 페라리를 꺾으려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단순히 권위주의에 반발하는 열정적인 개인으로써의 켄이다. 그러나 헨리 포드 2세나 리오가 켄을 대하는 모습은 단순히 자본이나 지위에 따른 권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켄, 그리고 캐롤을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앞의 노동자처럼 일종의 부속품으로 사용하려 한다. 카레이서이자 스포츠카 디자이너인 이들의 경력과 능력, 개성은 포드주의적 획일화에 의해 무시되고 배제된다. 켄의 가족과 캐롤의 팀이 획일화될 수 없는 이들의 무언가를 드러낸다면, 헨리 포드 2세와 리오는 비슷한 양복 차림의 임원 무리들이 보여주듯 저들의 무언가를 지우려는 이들이다. 20분가량 진행되는 영화 후반부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직접 제작한 (그리고 포드사의 로고가 박힌) 스포츠카를 타고 트랙을 달리는 켄을 보여주지만, 그가 싸우는 대상은 페라리가 아닌 포드사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헨리 포드 2세가 캐롤에게 공장을 보여주며 2차 대전에 투입된 비행기를 생산했던 곳이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이들이다. 전쟁은 포드주의를 가속하고 정착시켰다. <포드V페라리>는 결국, 그러한 논리가 적용되던 1960년대의 미국을 비추고 있는 작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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