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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0. 2021

<몬스터 헌터> 폴 W.S. 앤더슨 2020

  UN 합동 보안 작전부 대위 아르테미스(밀라 요보비치)는 실종된 팀원들을 찾기 위해 수색하던 중 폭풍에 휘말려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동료들을 잃은 그의 앞에 몬스터 헌터(토니 자)가 나타난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헌터는 동료들을 찾기 위해 몬스터 사냥을 시작한다. 캡콤의 히트작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삼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폴 W.S. 앤더슨이 연출하고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원작 게임 자체가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 아니기에, 영화의 이야기는 원작 캐릭터의 외양과 몬스터 등 몇몇 설정만을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자체는 단순하다.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를 선보인다고는 했지만, 당연하게도 이야기가 크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슈퍼 소닉>처럼 원작에 없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풀어내 즐거움을 선사한 경우도 있지만, <몬스터 헌터>의 경우엔 스토리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불과하다. 애초에 <이벤트 호라이즌>을 제외한 폴 W.S. 앤더슨의 영화들이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긴 한다. 1편 이후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거대하게 변형된 좀비와 엘리스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폼페이> 속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화산 폭발이라는 거대한 재난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위해 당시의 폼페이를 묘사하기 위한 수단에 머무르며, <삼총사> 또한 원작 소설의 뼈대만이 액션을 위한 이음매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나마 <데스 레이싱> 정도가 나름의 흥미로운 설정과 맞물린 액션의 재미를 주었달까? 이러한 맥락에서 <몬스터 헌터> 역시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종종 폴 W.S. 앤더슨의 영화들이 마이클 베이 영화들과 유사한 경향을 띤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영화는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트랜스포머>나 다름없다.     

 이는 딱히 <몬스터 헌터>가 불만족스러웠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그렇기에 적당한 만족감을 품고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몬스터 헌터>는 폴 W.S. 앤더슨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한 영화다. 무언가가 끊임없이 부서지고, 실없는 농담이 오가는 와중에 애매한 우정이 피어오르고, 원작으로 삼은 것의 몇몇 요소만이 파편적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가령 <몬스터 헌터>에서는 원작의 탐험 요소는 거의 사라졌지만, 사냥과 채집이나 조사단의 외모와 무기, 고양이 주방장 등의 요소들은 적절한 순간에 등장한다. 물론 아르테미스가 UN 소속 군인이라는 설정 때문에 영화가 절반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야 원작의 게임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등장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 지점까지의 기다림이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그 이후에 찾아오는 여러 눈요깃거리는 <몬스터 헌터>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로 완성시켜준다. 사실 팝콘무비를 만든다는 것이 폴 W.S. 앤더슨이나 마이클 베이, 더 나아가 롤랜드 에머리히 같은 감독들의 쓸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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