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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13. 2021

<리스타트> 조 카나한 2019

 로이(프랭크 그릴로)는 계속해서 죽는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다. 그는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빠졌다. 눈을 뜨자마자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그를 죽이려 하고, 그는 그들이 왜 자신을 노리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가 145번째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리스타트>는 익숙한 타임루프 영화와 같은 플롯을 반복한다. 로이는 <소스코드>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제이크 질렌할과 톰 크루즈처럼 같은 하루를 계속 반복하며, 많이 같은 레벨의 게임을 학습하여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게이머처럼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사실 <리스타트>의 원제는 <Boss Level>이며, 영화 시작 전에 등장하는 제작사와 배급사 로고들은 8비트 게임의 도트 그래픽처럼 바뀌어 있다. 타이틀 시퀀스는 고전 횡스크롤 격투 게임의 캐릭터 선택 창처럼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다른 타임루프 영화들이 아니더라도, <사랑의 블랙홀>이나 <어바웃 타임>과 같은 타임루프의 형식을 빌린 로맨스 영화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임루프를 소재로 삼은 영화들은 대체로 같은 상황을 반복하며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을 해쳐 나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스타트>도 이를 따른다. 전처인 젬마(나오미 왓츠)가 로이에게 어떤 사건이 닥쳐올 것을 경고하고, 젬마의 상사인 벤터 대령(멜 깁슨)이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이 로이가 루프를 반복할수록 드러나며, 그 과정은 로이의 반복으로 가능해진다. 이 영화가 다른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들과 다른 지점이라면, 로이가 이미 루프를 140여 차례 반복한 뒤가 영화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로이가 젬마를 만나는 타임루프 이전의 상황은 로이의 플래시백으로 제시된다. 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로이의 내레이션은 모든 것이 종료된 이후, 혹은 영화 속 로이의 시간과 동시적 시점에서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 같은 상황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플롯을 다른 타임루프 영화들과 약간 다르게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만 유효할 뿐, 영화 전체에 대해 새로움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오히려 로이가 자신을 주인공 삼은 게임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내레이션을 통해 발생한 초반부의 즐거움과 속도감이, 로이와 젬마의 전사를 대사로 설명하는 것에 발목 잡히게 된다.     

 더 나아가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 보여준 게임과의 연계성은 타임루프라는 단순한 설정 외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로이가 다양한 모습의 킬러들을 처치하는 방식과 결부되는 것도 아니고, 젬마가 보내준 생일선물을 통해 퀘스트를 받는 것처럼 시작되는 이야기와 결부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게임의 측면을 영화의 처음과 중반부 게임센터 장면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낸 덕에, 그러한 측면을 내재적 형식으로 끌고 나가며 충분한 흥미를 제공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같은 작품에 비해 지루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로이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누워만 있던 장면이 가장 독특했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특별출연이라지만 별다른 역할을 부여받지도 못한 채 사소한 NPC처럼 존재했던 양자경이라던가, 로이의 캐릭터가 별다른 매력 없이 프랭크 그릴로가 여러 영화에서 연기해온 익명의 마초적인 군인 캐릭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보단 지루함이 앞서 찾아왔다. 조 카나한의 출세작 <A-특공대>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그만큼은 될 수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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