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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21.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존 크래신스키 2020

  외계인의 침공 첫날을 보여준 이후 곧바로 1년 반가량의 시간이 지난 전편의 엔딩을 보여주는 이번 영화는, 리(존 크래신스키)의 죽음 이후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리건(밀리센트 시몬스), 마커스(노아 주프),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이가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들은 봉화를 주고받던 리의 옛친구 에멧(킬리언 머피)의 피난처에 도착한다. 에멧은 아내를 잃고 홀로 생존해 살아가고 있다. 리건은 자신의 보청기를 통해 외계인들을 교란시킬 수 있음을 알고, 라디오를 통해 외계인 전체를 무력화하려 한다. 에블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리건은 라디오의 발신지인 섬을 찾아 떠나고, 에블린의 부탁을 받은 에멧이 여기에 동행한다. 한편 다리에 부상을 입은 마커스를 위해 에블린은 약을 구하기 위해 이동한다. 그 사이 외계인에 더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다른 생존자들의 위협이 이들에게 다가온다.      

 전작에 이어 존 크래신스키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번 영화는, 여느 영화의 속편들이 그러하듯 세계관의 확장을 보여준다. 전작이 네 명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작품에 가까웠다면, 이번 영화는 외계인이 처음 침공하는 장면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며 작품의 외양을 확장한다. 에블린과 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과 다르게, 자녀 세대인 리건과 마커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아 캐릭터의 확장을 시도한다. 물론 전작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2년 동안 부쩍 자라버린 아역 배우들의 외모가 미묘한 어색함을 만들어내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마커스 역의 노아 주프가 누나인 리건 역의 밀리센트 시몬스보다 더 커졌음에도, 영화 중반부터 두 캐릭터가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기에 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두 사람을 붙여 놓는 대신, 교차편집을 통해 각각의 위치에서 생존 혹은 적에 대한 공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적절히 따라갈 수 있게끔 한다. 리건-에멧의 행동과 마커스-에블린-아기의 행동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죽는다’는 전작의 명제에 더해 일종의 시간 제한을 걸어 긴장감을 높인다.     

 다만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전작에 비해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다. 몇몇 모티프, 가령 아기의 울음소리를 잠재워야 한다는 등의 순간이 반복되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적대적으로 변화한 사람들의 모습은 유사 장르에서 끝없이 봐온 이미지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예측가능하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나 팀 버튼의 <화성침공!> 등을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전편의 엔딩에서 이미 속편의 이야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 전작이 소리를 내면 공격당한다는 설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운드 자체를 가능한 절제하여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영화는 에멧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대사가 등장한다. 종종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캐릭터를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대신, 97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을 놓지 않고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꽤나 모범적인 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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