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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21. 2021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이미영 2020

*스포일러 포함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잃은 은희(김서형)는 고향 광주의 여고 교감으로 부임한다. 그곳은 그가 다녔던 모교다. 그는 모교에 돌아온 이후부터 정체모를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한편 3학년 학생인 하영(김현수)은 귀신 소리에 이끌려 3층의 폐쇄된 화장실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은희를 마주친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이 폐쇄된 화장실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비밀을 밝혀내려 한다. 1998년 첫 작품 이후 2000년대 한국 호러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2009년 개봉했던 5편 <여고괴담 5: 동반자살> 이후 11년 만에 제작된 속편이기도 하다. <모교>는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던 2~5편과 다르게 1편처럼 선생이 주인공이며, 선생과 학생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모교>의 주된 소재는 스쿨미투다. 과열된 입시경쟁이나 학교폭력,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뤄왔던 <여고괴담> 시리즈이기에, 미투운동 시기를 통과한 이후의 작품이 스쿨미투를 다루는 것은 당연한 수순에 가깝다. 영화는 극 중 하영을 비롯한 피해 학생들이 등장하고, 그와 비슷한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를 지닌 은희가 등장해 대신 복수하게 된다는 것이 <모교>의 내용이다.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순간이동을 하듯 여기저기에서 출몰한다. A장면과 B장면 사이에 아무런 연계도 없이 갑작스레 인물이 다른 공간에 도달해 있다거나,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던 두 학생이 사이좋게 폐쇄된 화장실을 찾는 등,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장면 속 인물들의 행동을 생략하거나 설명하지 않은 채 진행된다. 그 과정을 채우는 것은 은희가 보는 환영뿐이다. 적지 않은 수의 이름을 지닌 인물들이 영화에 등장함에도, 영화는 캐릭터를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대신 여기저기서 등장시킬 뿐이다. <여고괴담>의 첫 번째 영화가 선생을 주인공으로 삼았음에도 주요 학생 캐릭터들을 명확하게 보여줘 기억에 남게 했다면, <모교>의 학생들은 어떻게든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존재들이다. 게다가 학교 건물을 담은 풀숏을 보면 상당히 큰 규모의 학교임을 알 수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해당 공간들은 극 중 인물들이 그러하듯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사라진다. 학생과 교사들이 복도를 걷거나 무언가를 목격하고 어딘가로 도망치는 장면 대부분에서 관객은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모교>는 학생도, 학교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은희의 과거 묘사다. 영화의 배경은 광주다. 은희는 1980년 5월 학교에서 군인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영화 후반부 반전처럼 등장하는 이 장면은 성폭력이라는 키워드로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폭력과 하영이 겪은 학교 내 성폭력을 엮으려 한다. 은희가 겪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스쿨미투 시대의 학생이 겪은 폭력을 설명하고, 서로 다른 세대의 연대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이러한 방식은 설득력을 잃는다. 무엇보다 두 가지의 큰 사건을 다루려다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모교>의 패착이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동시대의 폭력을 엮어 설명하려는 야망은 둘 모두를 설명하는 데 실패한다. 더군다나 학생이 아닌 교사가 주인공이기에 학생들이 겪고 있는 폭력적인 상황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학생들의 상황을 보여주려다 보니 은희의 과거는 반전을 위한 요소 정도로 의미가 퇴색된다. 더군다나 영화 내에서 설명되지 않는 몇몇 장면들은 <모교>가 무엇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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