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지식은 사라지고 영업만 남은 창구
전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 이후로 십 수년이 지났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거의 20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 당시 들어온 신입직원은 현재 고참 직원이 되었고, 직원안내를 위한 내부 콜센터는 이제 은행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필수요소가 되어 있다.
그럼 이제 이러한 제도변화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은행 조직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냈는지를 볼 차례가 왔다.
우선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처리능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업무성과가 아니라 업무처리능력이라고 얘기한 것은 조금은 다른 의도가 있어서다.
은행의 탑 레벨 경영진이 바라보는 은행 직원의 덕목은 무엇일까?
당연히 금융상품을 잘 판매하고, 고객서비스가 좋고, 고객관리를 잘 하는 직원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서비스가 좋고 고객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실제 상품 판매를 통해서 은행의 수익 창출을 잘하지 못하는 직원이라면 은행에 도움이 되는 직원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은행은 직원들에게 실질적 실적 증대를 기대하고 요구하는데 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기타의 업무 부담이 많다는 이유가 방어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실제로 은행에는 알아야 할 업무 범위가 많고 또 다양한 잡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 처럼 원스탑뱅킹을 도입한 이후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여러가지 것들, 특히 가계대출 같은 경우,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 것에 따라 너무나도 다이내믹하게 검토해야할 것들이 바뀌곤 해서 그걸 다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펀드는 또 그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 각종 카드와 관련된 정보들 까지.
고객들은 갑자기 불쑥 카드를 내밀면서 이 카드 주유소에서 리터당 얼마씩 할인 되느냐?면서 아무런 생각없이 물어보지만 1,000여가 된다는 카드 종류 마다의 상품정보를 매번 머리속에 넣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루에 쏟아지는 신상품 정보만 해도 어마어마 하고, 거기에 각종 법률, 예를 들면 세법이나 민법까지도 챙겨야 한다.
그런데, 결국 은행업은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특히 최근처럼 대부분의 거래가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대면으로 고객을 맞이해서 고품질의 고객 만족을 제공하려면, 결국에는 직원이 그에 맞는 지식과 판단력을 자기 머리속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는 경영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인사이트가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아주 옛날 은행에 처음 들어와 눈이 아직 똘망똘망할 때, 많은 선배들이 그렇게 알려주고 가르치고, 나 또한 완벽한 업무지식과 올바른 판단력이야 말로 은행원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역시 난 꼰대인가 보다)
역시, 경영하시고 기획하시는 분들은 다른 것 같다.
사고의 접근 방식이 달랐다.
그런 업무 부담은 다 없애 줄테니 영업에 집중하라!(물론 은행 내부 시험도 있고, 필수 교육 과정들이 있다.)
직원들을 교육시켜서 업무처리능력을 높이는 방법에 집중하기 보다는, 후선에 업무센터를 만들고 또 업무상담센터를 만들어서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시간적 노력과 비 핵심적 단순반복적인 일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주고, 대신 영업에 집중하라는 메세지를 던졌다.
그렇다고 교육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처럼 각종 업무케이스에 대한 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직원들이 보고서 업무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영업점에서의 행동요령이나 처리 방식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조금은 근본적인 업무의 원칙이나 법률적인 부분의 핵심적 이론을 설명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그리고 사실 후선업무라는 것도 실재 시간허비적인 요소가 많은 업무도 있지만, 과거 서양의 도제형식이나 인간문화제의 전수자와 같이 약간의 허드렛일 같이 보이는 것들을 하면서 그 속의 깊은 철학이나 원리를 터득하는 것도 상당부분 있다.
예를 하나 들겠다.
은행에서 대출을 했다가 연체가 지속되서 도저히 대출금을 돌려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대출이 연체되고 정상적인 원금 회수가 어렵게 되었을때 은행에서 하는 일련의 업무를 ‘사후관리’라고 하는데, 이럴 때 과거에는 그 사후관리를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를 했다. 물론 지금은 그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별도의 부서를 만들어서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전 은행의 업무를 집중화 시켜서 하고 있다.
대출 중에서 본인 스스로의 신용이 부족하거나 제공할 담보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 다른 보증기관(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서를 담보로 하고 취급하는 대출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나간 대출의 경우에는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는 조건이 되면 해당 보증기관에 보증금에 대한 청구를 할 수가 있다.
원래 남의 돈 받기가 쉬운 작업이 아닌 것은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이 된다.
해당 보증기관에 연체된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그동안 나름 은행에서 돈을 받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보여줘야 하고 또 지금까지 못받은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해서 청구해야한다.
이 작업을 과거에는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직접했는데, 많은 직원들이 귀찮아하고 어려운 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작업을 하는 동안 은행직원들은 진정한 은행을 배울 수 있었다. 대출이 처음 나갈 때 당시의 자료들도 다시보고 대출 심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기도 하고, 보증기관에 청구해야 하는 금액을 계산하고 하면서 정상 이자와 연체이자가 어떻게 계산되는 지도 알게 된다.
지금 은행 영업점에는 이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본점 후선부서에서 다 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많은 영업점 직원들은 사후관리 업무는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출받은 사람이 연체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냥 본점에 전달해야하는 업무의 하나로 생각하지 주인의식이나 책임감을 갖고 연체를 바라보는 직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업무처리능력에 있다.
처음의 취지야 어렵고 허접한 일에서 영업점 직원들을 해방시켜 주고, 그 시간에 돈되는 영업을 하라는 취지였지만, 그 허접한 일을 하면서 몸에 축적해야하는 내공이 쌓일 기회는 더이상 없다.
이런 말만 들으면 마치 옛날 아날로그 향수에 젖어서 과거의 일하는 방식을 그냥 그리워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재로 영업점에는 대출 연체이자 계산도 잘 못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정상이자 계산도 잘 못하는 직원이 너무나도 많다. 그깟 대출 이자 계산 못해도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잘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사실 하나 둘이 아니다.
대출 업무를 계속 얘기해 보자면, 사후관리 업무만 후선 지원업무로 집중화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대출 실행을 하고 연기를 하는 것도 집중화 되어 영업점에서 처리하지 않고 후선부서에서 영업점을 대신하여 처리해 주고 있고, 부동산 담보를 잡고 대출할 때 근저당권을 부동산에 설정하게 되는데, 이때 매우 중요한 서류들 중에, 등기가 끝난 설정계약서와 등기 정보(등기필정보) 들이 있다.
이것들에 대한 관리도 모두다 후선으로 집중화 되어 있다.
영업점 직원들은 옛날 초등학교 때 전과(요즘 MZ세대는 전과를 모른다고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에 나오는 요약사항 처럼 딱 상담에 필요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고 느끼는 상황이 되었고, 그런 것들에 대한 학습을 하고 지식을 쌓는 것은 본인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 되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결국 영업점 직원은 영업점에 찾아오는 고객들 상담하고 영업하는 일을 주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아버지 예금을 해지하러 갔을 때 벌어졌던 일들과 같이, 엑기스의 조각 지식만을 가지고 영업에만 집중하게 되면 정작 영업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업무지식이나 고객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상담을 이어가기 위한 은행 본연의 업무들에 있어서는 그 지식과 경험치가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또, 게다가 영업점 직원을 위한 직원전용 업무상담전화 콜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사실 영업을 위한 상담에 필요한 지식 조차도 그냥 콜센터 전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의 차이가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관련 내용을 깊게 공부하고 규정도 찾아보고 주변의 관련된 내용까지 두루 찾아보고 익히는 직원도 분명히 있다.
다만 드물 뿐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