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은행, 정말 나쁜 놈인가?(1)

① 은행에 대한 기억과 오해

by 고정금리

Episode 03. 은행, 정말 나쁜 놈인가?

① 은행에 대한 기억과 오해


어릴적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큰 차도에서 동네로 들어오는 입구 코너 가장 좋은 위치에 은행이 있었다.

항상 들고 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나에게는 좋은 놀이터였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하신 아버지가 은행갈 때마다 잔돈을 잔뜩 들고 오셨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거스름돈으로 줄 잔돈을 바꿔 오신 것 같은데, 그때마다 같이 간 나에게 동전 하나씩 정도를 주곤 하셨다.


나에게 은행은 뭔가 풍족하고 바쁜 곳 이었다.

그리고 일하는 누나들 뒤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뭔가를 지시하고 점검하는 듯이 보이는 사람이 무척이나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어릴적 그 이미지가 잠재의식에 있어 은행에서 일하는 것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어릴적부터 학교에서 무슨 적금같은 것을 단체로 가입해서 선물도 받아보고 그런 기억들도 하나쯤을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졸업식 때 보면 무슨 은행 지점장이와서 상도 주고 하셨던 기억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이라는 곳에 대해 직접, 간접적으로 어떻게든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 은행이 어떤 곳이라는 생각과 어떤 느낌 같은 것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은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크게 은행 거래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보거나, 사업을 하면서 은행을 거래해 본 사람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해나고 맑을 때 우산을 빌려줬다가, 정작 비가오면 뺏아 가는 곳’.


‘피도 눈물도, 인정 사정도 없는 놈들이 모여있는 곳’.


‘남의 돈으로 돈놀이 해서 지들 끼리 돈 잔치 하는 곳’.


어느 신문의 미담코너나 감정에 호소하는 유튜브 숏츠에 나올 법한, 은행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역경을 헤쳐나갔다는 아름다운 얘기의 주인공이라면 모르겠지만, 은행이 정말 내 평생의 은인이라는 분들 보다는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신 분들을 개인적으로 더 많이 만나본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에 이렇게 은행을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이런저런 몰염치한 일을 벌여서 온갖 돈을 다 긁어 모으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은행에 대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그 말을 완전 부정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생각보다 은행은 일반적인 기업들과 많은 면에서 다른 성격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과도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다고 해도, 은행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이다. 더군다나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은행은 그 자본주의라는 것의 근간이고 뿌리이고 샘물이다. 자본주의는 모두 다 잘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그 속의 핵심 일꾼인 은행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금 이 글은 이론을 설명하는 전문 사회과학 논문이 아니다.

또, 나는 그쪽 학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욕심일 수는 있으나, 나는 비 전문가로서 그냥 자본주의가 어떻고 은행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에 관심을 크게 갖지 않았던 분들께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탱되고 발전해 나가는지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은행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또 왜 이렇게 영업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실마리 정도 만이라도 알려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그래야 당신이 은행이 정말 ‘나쁜 놈’인 지, 아닌 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본격적인 은행 이야기가 다음 편에 시작됩니다.

작가의 이전글ep.02. 은행업은 사람 비즈니스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