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은행이 부리는 마법
이전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겠다.
은행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설명하려면, 우선 돈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우리는 보통 많은 것들에 대해 그 값어치를 얘기하곤 하는데 돈도 당연하게 가치를 가진다.
“요즘 돈 가치가 떨어져서, 만원가지고 밥한끼 먹기도 어려워. 시장가도 만원짜리 뭐 살만한 것도 없고.”
주변에서 흔히 하는 얘기다.
돈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물가가 올랐다고도 말을 한다.
물가, 즉 물건의 가치(가격)가 올랐다는 것은 예전에 어떤 물건이 100원 이었는데, 지금은 가치가 올라 200원이 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돈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예전에는 100원이면 물건 하나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반개 밖에 못산다는 의미니까,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진 어떤 상품이 있다고 하자,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다시 올라가게 된다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배웠다.
아담 스미스라는 위대한 학자의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나 한번쯤은 다 들어 봤을 것이다.
지금도 대통령 선거 TV 토론회 중계를 보다보면 보수와 진보를 대표해 나오신 후보님들이 경제관련 토론을 할 때 한번쯤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언급을 하실 정도로 진리처럼 받아들여 진다.
그렇다. 물가를 잡으려면 돈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돈을 다 모아다가 태워버리면 되는 것일까? 그게 생각같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조금 긴 시간을 놓고 봤으면 한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조금씩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하지만, 그 비교 기간을 조금 더 길게 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언론이나 책 등에서 가격 비교를 할 때 많이 등장하는 자장면을 한 번 보자. 어릴적 자장면 값과 지금은 자장면 값을 보자. 최소 몇배는 올라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또 한 번 보자.
예전에 내가 살던 집을 지금 사려면 얼마일까? 모른긴 몰라도 보통은 내가 살던 시기 대비 몇배 이상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분 중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오히려 물가가 내려갔다는 뉴스를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걸 다른 말로 얘기해보면 돈은 계속해서 그 가치가 떨어져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장면 값이 오르고, 집 값이 오른만큼 돈의 양이 늘어나야 실제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종합해서 보면, 돈은 그 양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오히려 계속 양이 늘어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쯤에는 호기심이 발달한 분이라면 누가 돈의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거창하고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기를 기대하는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사실 그 돈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예금하고 대출하는 그런 곳 아닌가? 그 은행이 돈을 만들어 낸다고?’ 라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것을 조금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흔히 돈이라고 하면 신사임당이 그려져있는 누런 지폐나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는 배춧잎 색깔의 종이를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의미의 돈은 조폐공사에서 찍어 낸다.
하지만 실제 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대부분은 그냥 컴퓨터 속 어딘가에 아니면 스마트폰 속 어딘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돈은 스마트폰 뱅킹 앱으로 보면 숫자로 표시되어 나와 있고, 버튼 몇번 누르면 보내고 또 받을 수 있다.
집을 사기 위해 1억을 대출받는 사람이 있다면, 오만원짜리 지폐 다발 꾸러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 통장에 1억이라고 찍히는 것으로 대출이 이루어 질 것이다.
이제부터는 유명한 위인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조폐공사에서 만들어 내는 그 지폐말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숫자로 존재하는 그 돈에 대해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통화(돈)의 공급 차원에서 본다면 중앙은행에서 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 할 수 있는데, 이렇게만 표현하면 돈의 탄생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돈은 중앙은행에서 직접 개인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예금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시중에 대출이라는 형태로 풀린 돈이 돌고돌다가 은행으로 다시 들어오면 예금이란 형태로 보관되어진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중앙은행,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은 이런 과정이 멈추지 않도록, 은행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돈이 대출을 통해 개인과 기업으로 흘러가며 경제가 돌아가게 되는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방식이다.
그래서 은행은 단순히 돈을 옮겨주는 곳이 아니라, 신용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개인이 예금한 돈이 있으면 그에 맞춰 그 돈을 대출해서 거기에서 받은 대출원금과 이자로 예금한 사람에게 예금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고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를 은행 마진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사실 틀렸다기 보다는 일부만 얘기한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어떤 고객 A가 은행에 1억 원을 예금했다고 가정하자, 은행은 1년 후에 예금주 A에게 1억원과 이자를 지급해 줘야 한다.
은행은 이 A의 예금1억원 중에 약 7% 인 7백만 원을 남긴 9천3백만원을 고객 B에게 대출을 해준다.
고객 B는 매달 정해진 이자를 내는 조건으로 이 돈을 빌려 새로 시작하는 음식점의 인테리어 공사 비용으로 썼다.
이 돈을 받은 인테리어 업자 C는 이 돈을 다시 은행에 예금을 한다.
그러면 은행이 받은 예금은 A에게 받은 1억과 C에게 받은 9천 3백만 원을 합쳐 1억9천3백만 원이 된다.
은행은 9천3백만 원 중 또 약 7%를 제외한 8천6백4십9만 원을 또 이번에는 D에게 대출을 해준다.
D는 이 돈을 본인이 운영하는 개인회사의 물품대금으로 E에게 지급한다.
이 돈을 받은 E는 이 돈을 다시 은행에 예금을 하고 은행은 이 돈도 7%를 남기고 나머지 93%인 8천4십3만5천7백 원을 다시 F에게 대출을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순환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는 1억 이었던 돈이 3번의 대출을 거쳐 대출 금액 기준으로 2억5천9백9십2만5천7백 원이 된다.
거의 2.6배가 늘어나게 되는 마법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용창출에 의해 만들어지는 돈 ‘신용통화’이다.
결국 은행은 눈깜작 할 사이에 돈을 만들어 내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