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은행, 정말 나쁜 놈인가?(3)

③ 이자가 만드는 데스게임

by 고정금리

Episode 03. 은행, 정말 나쁜 놈인가?

③ 이자가 만드는 데스게임


앞의 글 ② 은행이 부리는 마법에서 이어집니다.


여기서 의심이 많은 분은 ‘기왕이면 받은 돈을 다 대출해 주면 더 많은 돈이 생겨날텐데 왜 7%는 빼고 대출을 해 주나요?’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은행에 예금한 사람은 사실 돈이 갑자기 필요할 수 있다.

중도해지 할 수도 있고, 입출금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도 있다. 이렇게 언제 예금한 고객이 돈이 필요하다고 은행에 돈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약 7%의 돈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급준비율’이라고 하는데, 이 지급준비율은 한국은행에서 경제상황에 따라 높이거나 줄일 수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가끔 TV에 나와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고 등등 하는 얘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지급준비율은 시중에 돈을 얼마만큼 유통되게 할 것인가를 의미하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수단 중에 하나다.

위에서 설명한 예에서 만약 지급준비율이 7%보다 더 높다면 그만큼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어 시중에 돈이 덜 돌게 될 것이다.

반대로 지급준비율이 7%보다 낮다면 은행 입장에서 대출해 줄 수 있는 여력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더 많이 풀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의심이 정말 더 많은 분은 한단계 더 나아가 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7%만 남겨 놓고 대출해도 문제가 안 생기나요?”


정답은 ‘문제 없다.’이다.

은행에 예금한 돈을 보통 한꺼번에 다 찾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은행이 부실해 졌다는 소문이 돌거나 할 때 고객들이 몰려와 불안감에 돈을 찾는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한꺼번에 많은 고객이 은행에 있는 예금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거 한국에서는 3.5%의 지급 준비율로 운영된 적도 있다.

그리고 은행에 자금을 총괄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이런 자금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치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하게 한가지 더 고려해야할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인데, 바로 ‘이자’다.


돈이 유통되다 보면 원금은 계속해서 릴레이 계주의 바통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면 된다.

그런데 이자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단순하게 1억을 연 5%의 이자로 빌렸다면 결국 1년 뒤에는 5백만원이라는 돈이 원금 외에 더 어디선가 생겨나야 이자를 은행에 갚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자 5백만원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아무리 은행이 대출을 하면서 돈의 양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건 원금 기준이다. 원금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다.

앞에서 최초 1억이 2억5천9백9십2만5천7백 원이 되었지만 1년 뒤에 원금과 연 5%의이자를 같이 갚는 다는 가정하에, 갚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자를 내기 위해 필요한 돈을 다 더하면, 원금을 제외하고 약 1천3백만원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에 돈이 1억 밖에 없었다고 가정해보자.

은행을 매개로 3번의 대출과 예금이 번갈아 일어났고, 일년뒤에 대출은 상환되고, 예금은 만기가 되는 일을 다 정리하고 난 다음에도, 결국 대출 이자 1천3백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돈이 있어야 예금자에게 이자도 줄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자라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 그 자체다.

자본은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이고 자본에 대해 적절한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다면 그 순간 자본주의는 붕괴될 것이다.

은행에 예금을 했는데 1년 뒤 이자를 안주고 원금만 준다고 한다면 아무리 인내심 많고 마음씨 좋은 당신이라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땅을 판다고 돈이 솟아 나올리 없다.

바로 이 이자 1천3백만원은 또 다시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야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절대 양이 줄어들려야 줄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물론 예금해서 다들 부자되고 대출받은 돈으로 시작한 사업이 대박날 수도 있어서 모두가 해피하게 다 잘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은행은 중간에 예금과 대출을 몇 번 하면 가만히 앉아서 연속적인 마진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예금을 모집하고 대출할 곳을 찾는 것이 바로 은행의 기본 영업인 것이다.


그런데 슬픈(?)것은 한국은행이 이자를 위해 돈을 더 찍어낸다면 이것은 바로 그 돈 만큼 또 대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계속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다. 끊기지 않는 무한 루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결코 그 누구도 멈출 수가 없다. 결국 이자라는 것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이자만큼은 계속 새로운 돈이 창출된다고 할 수 있겠다.

매년 대출 금리 만큼의 돈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대출 이자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가치가 늘어나는 것, 즉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도 있을 수 있고, 내가 열심히 일한 노동의 가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도 결국에는 금전적인 보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모이면 유통되는 돈이 더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EBS의 정지은 PD님께서 ‘자본주의’라는 다큐멘터리에서도 다루셨는데,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대출 원리금을 다 갚으면 시중에 돈이 부족해지게되어 누군가는 파산하게된다고도 표현하셨다.

돈도 하나의 자원이고 상품이라고 보면, 그 희소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할 때가 있고, 또 여유가 있을 때가 있다.

적정량을 잘 조절하여 발행하고 또 통제하고 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틀어지게 되면 돈의 가치가 영향을 받게된다.


다시말하면 한국은행에서 돈을 은행들에 얼마나 빌려주는 지, 또 각 은행들이 대출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고 또 그렇게 대출된 돈이 얼마나 은행에 빨리 회수되는 지 등에 따라 돈의 가치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 어떻게 된다고?

그렇다. 금리는 올라가고 돈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결정하는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 역시도 매우 복잡하다.

여러 정책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고, 전 세계의 경제 상황, 특히 미국 경제상황과 환율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② 은행이 부리는 마법 ② 은행이 부리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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