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 은행
이전 ③ 이자가 만드는 데스게임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 보겠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은행인가? 사실 자본주의 체계 하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은행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은행은 절대 망하려고 해도 망할 수 없는 구조이다. 게다가 은행의 상품인 돈도 자기 돈(은행 소유의 돈)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에 투자한 주주들의 자금과 삼성전자가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또 일부는 차입을 한 자금까지 더해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후에 자기들의 제품을 만들어 그 것을 판매하는 것이다.
쉽게 단순화해서 얘기하면 자기 돈으로 물건 만들어서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마진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떨까? 은행도 자기자본이 있기는 하다. 그 돈으로 지점을 만들고 각종 시스템을 갖춘다.
그리고 일부 이기는 하지만 자기계정으로 투자하는 사업도 있다.
하지만, 은행업의 본질은 자기 자본으로 돈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업의 기반이 남의 돈을 가지고 자금이 필요한 곳에 중개만 하면서 마진을 얻는 것이다. 돈 이라는 것은 완제품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공을 한다고 해서 더 가치가 올라가거나 아름다워 지거나 하지 않는다. 돈을 금고에서 드라이 에이징 숙성한다고해서 100원이 200원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서 빌려준 돈, 그리고 고객이 다시 예금한 돈을 가지고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그 과정에서 이자를 받는다.
그런데 은행도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그냥 땅집고 헤엄치기로 돈 버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 말이야 말로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다. 세상에 눈먼 공짜 돈이 있을리가 없다.
은행이 하는 장사에 있어 가장 위험한 요소는 바로 대출해준 돈을 못받게되는 경우다.
흔히 돈을 떼인다고 하는 것인데, 톱니바퀴 처럼 빌려주고 예금받고 또 빌려주고하는 빡빡하게 짜여 있는 틀 속에서 빌려준 돈을 통째로 못받게 되면 그 다음 순서 그 다음 순서가 차례로 무너지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은행 입장에서는 그 다음 프로세스가 예정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리가 없다.
그 과정이 어긋나 버리면 돈벌이 구조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그 시스템이 무너지게 놔두지 않고, 대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본에서 그 대출금 만큼을 대신 지불한다.
다시말하면 은행 자기 돈으로 돈을 빌려간 사람을 대신 해 그 돈을 갚아 준다는 말이다. 그리고는 그 만큼을 손실처리 한다. 결과적으로 자기 손실로 떠 안으면서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출 심사를 할 때, 눈에 불을 켜고 나중에 돈을 잘 갚을 사람이지 아닌지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리고 혹시나 돈을 상환받지 못하더라도 그 손실을 막기 위해서 담보를 요구한다.
담보 중에 최고는 아파트다.
물론 예금담보가 더 좋기는 한데, 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외로 하고 보면, 단연 최고의 담보는 아파트다.
환가성이 높기 때문에 최고의 담보로 친다.
예전에 은행에서 하도 아파트 담보를 요구하는 영업을 하길래 ‘은행이 전당포와 다를게 뭐냐?’고 동료들에게 넋두리 하던 게 기억이 난다.
은행이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할 수있는 조치가 담보를 받는 것 말고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정교한 예측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직업 별로, 소득 별로, 자금용도 별로 등등 각각의 경우에 있어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를 미리 측정해서 대출금 미상환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경우가 어떤 것인지를 미리 파악해서 대출 심사에 활용한다.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것 같은 리스크가 큰 경우에는 대출을 아예 안하거나 아니면 금리를 그에 맞춰 높게 받는다. 그리고 은행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나 기업의 현재 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해 신용등급이라는 것을 산정해서 보관하면서 모니터링을 한다.
큰 금액의 대출금이 한 번에 부실화 되어서 대출금 상환이 안되면 그 해의 당기순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은행은 평상 시에 개인이나 기업의 상태를 체크한 다음에 부실화의 징후가 보이면 충당금이라는 것을 쌓아 놓는다. 나중에 완전히 미상환이 될 때를 대비해서 조금씩 미리 손실 처리를 하는 개념이다.
흔히 IMF시대라고 하는 1997년 IMF 구제 금융당시 커다란 대기업들이 대출금을 못 갚게 되면서 은행도 엄청난 손실이 생기게 되었고, 결국 그 당시 문닫은 은행이 상당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몇번의 신용 위기를 맞으면서 은행들은 여러 학습 효과를 얻게 되었고, 감독 당국도 효과적으로 은행들을 감독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경기가 안좋다 안좋다 하고, IMF때 보다 더 상황이 안좋다고 하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예전 같은 그런 신용 대혼란은 거의 없다.
미리미리 타이트하게 심사하고 관리하고 빠르게 조치하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은행은 남의 돈으로 중간에 수수료를 받으면서 망할 위험도 크지 않다면, 정말 황금알을 낳는 사업 아닐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회사)들이 은행업에 뛰어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은행업은 라이센스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나라(아니 자본주의)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금융위원회에서 그 설립 인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최소자본 요건도 있고, 또 여러가지 규제와 제한을 통해 무조건 돈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철저하게 통제하게 된다.
금산(金産)분리라고 해서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들어오는 것도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다.
잠깐 미국얘기를 하자면 미국은 명시적으로 획일적인 규제 기준이 있다고 하기 보다는 연방정부나 주(州)정부차원의 심사 기관에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설립허가를 한다.
예전 2000년대 초만해도 미국의 은행 수가 1만여개에 달한다고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장에서 자율조정으로 통폐합을 거쳐 약 3,500여개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을 다 합쳐도 수십개 정도의 수준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은행은 정말 나쁜 놈인가?’에 대한 얘기를 할 때가 된것 같다.
나의 결론은 은행은 애초에 태어나길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태어난 곳이라는 것이다.
나쁜 놈이다 아니다를 논하기 전에 그냥 그일을 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라는 것이다.
나쁜 놈 얘기를 하다보니 사회적으로 대표적인 다른 나쁜 놈(?)이라고 여겨지는 몇 사람들을 찾아보자.
우리는 보통 변호사를 얘기할 때도 좋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미국의 농담 중에 ‘당신이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을 떠올려라. 그 사람보다 조금더 나쁜 사람이 바로 변호사다.’ 라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어떤가?
역시 미국의 존경을 받는 작가인 마크 트웨인이 한 말로 알려진 것 중에 ‘정치인은 기저귀와 같다. 자주갈아야 한다. 그 이유도 같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나쁘고 믿지 못할 사람들이 변호사와 정치인 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들이 세상에서 전혀 필요없는 것일까? 그냥 다 없애버리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나쁘다는 인식이 있는 것과 없애 버려야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그리고 어찌보면 변호사는 변호사에게 주어진 일을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는, 원래 그런일을 하도록 역할이 주어진 사람들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죄가 없도록 보이게 하고, 더 많은 이익이 생기도록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고, 또 정치인들은 어찌되었건 대상으로 정한 이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술수를 만들고 실행하고 한다.
그러면 은행은 어떤가?
나는 은행이 원래 주어진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의도적으로 나쁜길을 택하고서 사람들을 괴롭혀 돈을 뜯어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
치인이나 변호사와 같은 결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본주의라는 틀 안에서 은행은 주어진 역할이 있고 또 그 속에서 이익을 창출해 내는 영리법인이다.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법인은 이익을 많이 만들어 주주들에게 일정정도 수익을 안기는 것도 그 탄생의 미덕이기 때문에 그 행위자체를 나쁜 것이라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있다.
은행이 나쁜 놈이라기 보다는 은행은 자본주의의 시스템에서 본인의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있다.
앞서 얘기했지만 은행은 자기 자본으로 장사하는 곳이 아니고, 또 어쨌거나 진입장벽이 있고 이 장벽을 정부로부터 보호 받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태생적으로 독과점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곳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권리일 수도 있지만 의무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본주의 제도의 수혜자 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자본주의 스스로의 모순을 잘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무로 삼고 이행해야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다음 글에서 이번 세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