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당신이 은행 지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논리적 이유
(앞의 얘기에서 이어집니다)
땀 냄새.
그것은 5층 아파트 단지를 배달 철가방을 들고 오르내리던 풋내기 청년의 노력을 의미하기도 하고, 열심히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면서 돈을 쫓던 어느 식당 사장의 욕심 이기도 했다.
어찌보면 가끔은 생존을 위해, 또 가끔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뿜어내는 지독한 향기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은행원들이 앉아 있는 은행지점에서 왜 나는 어릴적 장사라는 것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했던 그 식당에서의 땀냄새를 느꼈을까?
과거 그 시절 그 사장님에게 ‘돈’과 ‘부(富)’라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있었다면, 은행에는 ‘평가’라는 가치와 ‘평가기준’이라는 바이블이 있었다.
은행 지점의 평가는 보통 기준 목표대비 실적 달성률을 점수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로직을 가지고 평가기준을 만드는데, 각 항목의 평가기준을 출력하면 내용이 복잡하고 항목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 되고는 한다.
(놀라지 마시라 평가 기준만 책 한권이다.)
그래서 그 해의 평가기준을 별도로 공부를 하고 요점정리 분석을 해서 마치 쪽집게 학원의 족보와 같이 만드는 경우도 있다.
‘평가기준’과 함께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기준 목표’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평가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값이기 때문이다. 즉, 이 ‘기준목표’보다 얼마나 더 잘하느냐를 보는 것이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목표’는 상반기 목표와 연간 목표로 나뉘어 있는데, 상당 부분이 전년도 실적을 기초로하고 거기에 각 지점의 규모나 성장률 등을 고려해서 결정이 된다. 결국 평가라는 것의 핵심은 전년 대비 올해 얼마나 더 잘하는 가를 보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전년도에 죽어라 목표를 초과해서 우수한 성과를 내면, 그다음 해에는 전년도 보다 더 죽어라 해서 잘해야 전년 대비 높아진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우리 올해 영혼을 갈아 넣어서라도 목표를 달성해 보자!’라고 해서 어느 지점의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목표를 초과달성 하였으면,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는 영혼을 그 전년도 보다 더 갈아 넣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용을 매우 단순화한 것이다. 고려해야 하는 내용이 더 많고 미세 조정하는 제도도 있기 때문에 기준 목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복잡하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로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기준 목표를 확정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본점의 평가담당 팀에서 목표를 정해서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평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조금 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같이 한번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
보통 은행 내 평가기준을 KPI (핵심성과지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업계에서는 말 하는데, 아주 세분화되어 있고, 또 상세하기 때문에 그 하나하나의 평가항목 마다 목표를 부여받고 이를 개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원래 'KPI'(핵심성과지표)라는 것은 정말 올해 성과에 있어 꼭 필요하고 핵심적인 요인이 선정되어 여기에 집중하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적어도 은행에서는 모든 영업의 영역에 관리(내부통제), 기타 경영진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 지표로 선정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핵심(Key)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복잡하고 종류가 많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그 핵심 평가 항목 중 한 항목 또는 두 개 항목이 투자상품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비이자 수익 등과 같이 연관되어 목표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투자상품의 경우에는 그래도 노력하면 판매를 늘려 성과를 높일 수 있는 항목으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업점에서 신경을 많이 써서 잘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어느 지점이 투자상품 성과가 좋지 못하거나 어느 개인이 투자상품 판매가 너무 저조하면 높으신 분들로부터 해당 지점이나 특정 개인이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까지 생기곤 한다.
은행이 이처럼 투자상품에 큰 평가 비중을 넣는 이유는 바로 그 수수료 체계에 있다.
일반적으로 예금의 경우에는 예금 가입금액에 대해 연 몇 % 와 같이 영업점의 마진(이익)을 본점에서 확보해 주는 형태이다. (평가에 있어서는 모든 영업점 각각을 독립적인 사업 주체처럼 여긴다.)
조금 다르게 얘기하자면, 영업점의 입장에서는 돈(자금)이라는 상품을 고객으로부터 받아서 본점의 자금 운영 담당 부서에 그 보다 높은 가격으로 되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고객에게 제공한 이자와 본점에서 영업점이 받는 이자 차이가 영업점 입장에서 판매에 대한 수수료, 즉 이익이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지점에서 고객에게 2.8%로 예금금리를 지급하는 것으로 상품을 팔았는데, 본점에 그 해당자금을 보내면서 3%를 받으면 0.2%의 영업점 마진을 판매 수수료처럼 받게 되는 격이다.
영업점 평가 항목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보통 손익, 즉 수익을 얼마나 많이 내는가?인데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본점에서 보전해 주는 마진이 매우 적은 데다가 그나마도 한꺼번에 보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예금 이자가 쌓이듯이 시간을 두고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고시되어 있는 표준금리 보다 높은 일명 보너스 금리라고 하는 추가 금리를 고객들에게 더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업점에서 느끼기에 그 수익이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아주 작게 느껴지게 된다.
그런데 이에 비해 투자상품의 경우에는 보통 수수료를 선취로 받게 된다.(최근 소비자보호가 강화되면서 후취 상품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펀드 상품이나 보험 상품의 경우에는 은행이 이들 상품을 직접 만들거나 그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산운용사나 보험사에서 만든 상품을 가져다가 판매만 하고 그 판매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같은 회사들이 은행에 펀드상품을 제공하는 도매상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의 펀드 같은 경우, 계약금액의 약 1% 정도의 판매수수료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판매시점에 선취로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행태로 소액을 지속적으로 수수료로 납입받거나, 나중에 후취로 받는 경우, 아니면 수익발생 부분에 대해 받는 경우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지만, 영업점의 평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취로 영업점의 수익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평가 체계를 만들어 유지하는 은행이 많이 있다.
그리고 보험(방카슈랑스)은 저축성이냐, 보장성이냐 등에 따라 그 수수료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초기에 받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펀드보다 조금 높게 형성된다.
만약 1억 원을 펀드에 가입 시키고 판매수수료율이 1%라면 수수료로 100만 원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예금판매와 가장 달라지는 부분은 펀드나 보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익을 오랜 기간 나눠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당장'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2년 만기 예금을 들면, 2년 동안 앞에서 얘기한 본점에서 도매로 가져온 금리와 고객에게 받은 금리의 차이만큼을 예금 기간 동안 서서히 분할해서 인정받게 되는데 반해,
펀드나 보험을 판매하면 보통의 경우 판매와 즉시에 한꺼번에 수익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상품마다 수익률이나 수익의 인식 시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처럼 예금과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렇다 보니 당장 올해 실적을 올려야 하고 부여받은 눈앞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예금 상품보다는 펀드나 보험 상품을 더 열심 팔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예금 상품도 흔히 얘기하는 입출금통장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주는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점에서 매우 선호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도 이자가 거의 없는 예금에 거금을 넣어 두기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런 호구 고객이 잘 없어 여전히 투자상품과 보험에 대한 영업점에서의 선호는 매우 높다.
그렇다보니 KPI에 도움이 안되는 업무를 하러간 당신은 환영을 은행 영업점에서 환영을 못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점이 원하는 그것을 당신이 해결해 줄 당사자라면 영문도 모를 환대를 받을 수도 있다.
주변 설명이 길었지만, 이제 다시 ‘장사’ 얘기로 돌아갈 때인 것 같다.
오랫만에 돌아간 영업점에서 느낀 그 땀냄새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 지 말이다.
(다음 편에서 왜 땀냄새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되었는지 어느 청소 여사님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