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브랜드 #3
우리는 어디를 가든 이곳에 ‘RUSH’러쉬 매장이 있다는 걸 압니다. 바로 러쉬 특유의 향이 거리를 휘감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러쉬의 매장은 매우 컬러풀합니다. 컬러풀한 것은 인테리어뿐만이 아닙니다. 제품도 매우 선명한 색을 뽐내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과 향은 일반적으로 자연주의와 거리가 멉니다. 일반적으로 자연주의 브랜드는 베이지와 화이트 같은 연한 색을 주로 사용하며, 향도 은은한 향을 추구합니다. 우리에게 자연은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스며드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떻게 보면 자극적일 수 있는 색과 향을 내뿜는 러쉬는 자연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러쉬를 자연주의 브랜드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러쉬라는 브랜드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용기한이 짧으니까 빨리 써야 돼.”
일반적인 화장품의 사용기한은 개봉 전 3년, 개봉 후 1년이라고 합니다. 그에 반해 제가 현재 애용 중인 러쉬의 제품 ‘허벌리즘’은 사용기한이 제조일자로부터 3개월이며, 프레쉬 마스크 제품군은 고작 4주에 불과합니다.
짧은 사용기한은 사용자에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기도 하고, 사용기한이 짧은 만큼 구매도 잦기 때문이죠. 하지만 의아하게도 러쉬의 소비자들은 짧은 사용기한 때문에 러쉬의 제품을 구매합니다.
러쉬의 사용기한이 짧은 이유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러쉬의 제품 중 70% 이상이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부패는 빨리 일어날 수밖에 없죠. 이것은 ‘신선함’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됩니다.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던 짧은 사용기한은 ‘러쉬의 제품은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메틱 워리어’라는 러쉬의 프레쉬 마스크 제품을 처음 오픈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안에 마늘 껍질로 보이는 것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러쉬의 제품은 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연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에겐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천연원료로 만든 제품이라고 홍보를 하죠. 하지만 제가 알기론 러쉬처럼 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들어간 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먹을 수도 있는 원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함으로써 신선하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원료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제품이 천연원료로 만들어졌다는 우리의 믿음은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러쉬를 자연주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적극적인 캠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러쉬는 마케팅팀이 없다고 합니다. 대신 캠페인팀이 있죠. 러쉬는 여러 캠페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사를 홍보합니다.
러쉬가 행한 캠페인으로는 대표적으로 ‘LUSH Prize’러쉬 프라이즈가 있습니다. 러쉬 프라이즈는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러쉬의 이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동물실험반대 운동과 대체실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상을 주는 캠페인입니다.
이외에도 팜 오일 사용 근절 캠페인, 바다표범 사냥 근절 캠페인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으며, 지난 4월 22일에는 ‘세계 지구의 날'을 맞아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인 ‘Go NAKED’고 네이키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환경보호, 동물 실험 반대, 과대 포장 반대 등 자연주의라는 브랜드 철학에 기반한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러쉬의 자연주의 이미지는 보다 견고해질 수 있었습니다.
짧은 사용기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원료
적극적인 캠페인
이 세 가지를 통해 러쉬는 자연주의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브랜드 철학을 일관되게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자연주의 제품은 코스메틱 업계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기업의 제품은 사지 않겠다는 윤리적 소비자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테니까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러쉬의 성장은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