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컨셉, 아쉬운 전시
저는 여러 단체카톡방에 은둔해있습니다. 대화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 눈팅러죠.
얼마 전 한 단톡방에 어떤 링크가 공유되었습니다. 저는 ‘이게 뭐지?’하는 마음에 링크를 클릭했죠. 링크를 클릭하자 연결된 포스트로 넘어갔고, 포스트를 보는 내내 제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게 대체 뭐야?!’
처음 눈에 들어온 단어는 전시였습니다. 그러나 포스팅된 사진들은 전시라는 단어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니, 이쪽으로 와봐. 싸게 줄게.”, “자, 여기로 오세요. 지금부터 1시간 동안만 30% 세일!”이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전시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서였을까요? 그 동떨어짐이 긍정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게 저는 ‘굿즈모아마트’로 향했습니다.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굿즈모아마트는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선명하고 쨍한 색으로 이루어진 일러스트들은 힙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발밑에 안내도가 있었습니다. 마트를 컨셉으로 잡은 전시답게 안내도도 마트처럼 되어있는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안내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굿즈가 전시되어 있는 매대도 마트와 같았습니다. 과일과 생선, 고기를 파는 듯한 매대와 조명이었습니다. 마치 마트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마트에서 과일을, 생선을, 고기를 삽니다. 마트는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죠. 하지만 과일이 있어야 할 곳에, 생선이 있어야 할 곳에, 고기가 있어야 할 곳에 굿즈들이 있었습니다. 그 어색함은 참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마트라는 컨셉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전시 자체는 아쉬웠습니다.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굿즈를 판매하기 위함인지 헷갈렸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작품을 감상하기도, 굿즈를 구매하기도 불편했다는 겁니다. 마트를 컨셉으로 하다 보니 작품을 위한 전시 형태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육·냉동식품을 컨셉으로한 공간은 색감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컨셉은 기발했지만, 과일은 과일에 가장 적합하게, 생선은 생선에 가장 적합하게 진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과 공간의 핏도 맞지 않았습니다. 과일 코너면 과일과 같은 작품을, 수산물 코너면 수산물과 같은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나름의 노력은 보였으나, 내용보다 색감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오직 정육 코너만이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굿즈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대부분이 스티커와 배지, 엽서였습니다. 테이프나 책과 같은 상품도 있었지만, 90%가 스티커와 배지로만 이루어진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는 전시의 타겟이 작가들의 팬이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한 작가의 팬이라면 그분의 굿즈를 구매하는데 뭔가를 따지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같이 라이트한 방문자는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굿즈와 마트라는 기발한 컨셉에 이끌려 방문합니다. 제게 작가만 다른 획일화된 상품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 만큼 아쉬움도 컸던 전시였습니다. 컨셉은 기발함도 중요하지만, 적합함 또한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이런 전시의 좋은 점은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다는 겁니다. 이는 매우 기쁜 일이죠. 저는 굿즈모아마트에 방문함으로써 ‘문제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문제이 작가님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죠.
굿즈모아마트는 2019년 8월 25일까지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열립니다. 오랜 기간 진행되는 전시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발한 컨셉의 전시를 둘러봄과 동시에, 나에게 맞는 작가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