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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리 배 Henry Bae Mar 04. 2019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무인양품

내가 사랑하는 브랜드 #2

걸음을 걷다가 눈에 보이면 반드시 들어가는 매장이 있습니다. 바로 ‘MUJI’무지라고도 불리는 ‘無印良品’무인양품 매장입니다.


살 것이 있어서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그냥 끌리듯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올 때는 손에 봉투가 쥐어져 있습니다.


이런 저의 행동은 일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배득형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매장에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넘어 구매까지 일어나는 것은 모든 기업이 바라는 것일 겁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과 그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다르듯, 매장 방문이 반드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 이전에 매장에 방문하도록 하는 것부터 쉽지 않지만요.


그렇다면 무인양품은 어떻게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걸까요?



매장에 들어오게끔 하는 무인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무인양품은 멀리서 봐도 “어? 무인양품이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무인양품스럽습니다. 이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죠.


무인양품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무지그램’MUJIGRAM을 만들었습니다. 무지그램은 무인양품 매장 운영에 관한 모든 규칙을 상세하고 디테일하게 담은 매뉴얼이죠. 거기엔 상품을 어떻게 전시해야 하는지부터 고객의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대사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DNA와 같은 무지그램을 통해 우리는 무인양품스러움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배득형

무인양품스러움은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저기 무인양품이다.”라는 반응을, 무인양품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저긴 뭐지?”라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팬에게는 애정을,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여 매장에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무인양품스러움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렇다면 무인양품스러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저는 무인양품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제품과 인테리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인양품은 ‘상표가 없는’이라는 의미의 ‘無印’‘좋은 물건’이라는 의미의 ‘良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죠.


상표가 없으니 브랜드 가치에 따른 프리미엄도 가격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품질의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No Brand를 표방하는 만큼 특색있는 디자인보다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이는 제품을 보다 심플하게 만들며, 그만큼 어디에 놓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무인양품의 디자인은 기본 그 자체입니다.

종합하면 무인양품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 그러니까 ‘최고의’ 제품이 아닌 ‘이 정도면 충분한’ 제품을 만듭니다. 이는 매장의 인테리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기에 무인양품 매장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전달합니다.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무인양품은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추구합니다.


무인양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무인양품이 무엇을 파는 기업인지 헷갈릴 겁니다. ‘가구를 파는 곳인가?’ 싶으면 옆에 옷이 있고, ‘옷을 파는 곳인가?’ 싶으면 옆에 식품이 있으니까요.


무인양품은 현재 의류, 생활잡화, 식품 등을 포함하여 약 5,000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집도 지어주고, 호텔 사업까지 벌이고 있죠. 올 하반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무인양품의 식당 ‘MUJI MEAL’무지밀을 오픈한다고 합니다.


중국 '선전'에 처음 오픈한 'MUJI HOTEL'은 일본 '긴자'에 세 번째 호텔을 오픈 준비 중에 있습니다.

더 헷갈리시나요? 정리하자면 무인양품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생활 방식은 어때요?’를 제안하는 거죠.


소비자는 단순히 무인양품의 제품을 사는 게 아닙니다.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하는 겁니다.



마치며


기획회사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增田 宗昭는 말합니다.


“소비 사회가 몇 가지 단계로 나뉜다고 가정할 때, 지금은 세 번째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물건이 부족했던 시대’를 말합니다. 고객들이 물건 그 존재 자체에 가치를 느끼고 있던 때지요. 두 번째 단계는 ‘플랫폼 시대’입니다. 물건 그 자체의 가치가 사라지고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장소로 가치가 이동했죠. 세 번째 단계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라이프 스타일을 포괄한 추천’입니다. 그 제안능력이 없으면 상품은 팔리지 않아요. 고객이 매장을 외면할 거라는 말이죠. 매장에서 생활을 제안하는 능력은 필수입니다.


무인양품은 이에 적합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무인양품을 모방한 브랜드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JAJU’자주가 있죠. 자주의 매장은 얼핏 보면 헷갈릴 정도로 무인양품과 비슷합니다.


무인양품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What is MUJI?>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리 많은 모방 브랜드가 생겨나도 무인양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것만을 따라 한 브랜드는 굳건한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진 브랜드를 넘어설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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