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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여행자 Jun 13. 2024

소도 벌떡 일으킨다는 보양식

국물이 자작한 낙지볶음

낙지는 동북아시아에서 사는 데 즐겨 먹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오죽하면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낙지를 찾은 뒤 음식 항목을 보면 죄다 한국 음식만 나온다. 거기에 영화 올드보이의 산 낙지를 먹는 장면이 추가로 더해진다. 잘 먹을 것 같은 일본에서도 낙지는 그냥 문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별로 인기 있는 품목은 아니다.

한국에선 낙지는 보약 취급을 받는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라고, 정약전은 자산어보에는 “한여름에 논 갈다 지치고 마른 소에게 낙지 네댓 마리를 먹이면 기운을 차린다”라고 나온다. 낙지가 보약이란 말.


낙지볶음은 부산 조방(조선방직)과 서울 무교동이 유명하다. 국물이 자작한 부산식과 청량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볶은 서울식. 여기에 2010년쯤 해운대에서 등장한 낙지, 곱창, 새우를 볶은 낙곱새가 유행했다. 대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식 낙지볶음이 나온다.



낮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길래 몸보신이나 하자며 찾아온 지인과 함께 대구 북구청 맞은편 먹자골목의 감미정을 찾았다. 낙지, 낙곱, 낙새, 낙곱새에 전골까지. 낙지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주인장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메뉴판에서 낙지음에 낙지부추전을 주문했다.


흰 밥에다 빠알간 낙지볶음을 넣고 콩나물. 부추겉절이. 취나물을 올린 뒤 젓가락으로 슥슥 비빈다. 숟가락으로 크게 한입 떠서. 와압! 오독거리는 바다맛. 쫀득거리는 들맛. 식욕을 부르는 매운맛이 어우러진다. 이래서 바닥을 볼 때까지 쉼 없이 숟가락을 저었나 보다. 여름이 오기 전에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볶음은 어떤가. 빈 그릇을 앞에 두고 벌떡 일어나 음메에~ 하고 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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