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심여행자 Jul 08. 2024

동네에서 잘 몰랐던 식당을 발견했다

막창순대를 넣은 대구 고성동 토종시골순대국

순대국이랑 내장국밥 주세요.


가게 안은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서 조용했다. 텔레비전을 보던 노부부가 인사하더니 각자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쟁반에 기본찬을 담아와 내려놓는 사이 부인은 뚝배기 두 개에 재료를 담아 올려놓고 불을 켰다.


컵에다 물을 한잔씩 따르고 수저를 놓고 물수건으로 손을 닦은 다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양파를 쌈장에 찍어먹는 사이, 그는 매운 고추를 씹어 먹었다. 


순대국은 여기에 주세요.


바글바글 끓는 국밥 둘이 나왔다. 숟가락으로 저으면 건더기가 느껴지는 내장국밥과 막창순대가 들어있는 순대국밥이다. 대구에서는 막창에 속을 채운 막창순대가 유명하지만 순대국에 막창순대를 넣는 곳은 많지 않다. 숟가락으로 뽀얀 국물 한 숟가락을 먼저 먹어본다. 어후! 하고 즐거운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정구지를 몇 젓가락을 넣고 빨간 다진 양념을 푼 뒤 뚝배기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는 데만 집중한다. 이런 집을 왜 여태까지 몰랐을까.


막창순대가 들어간 순대국밥 / 대구 고성동 토종시골순대국


동네에서 몰랐던 식당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종종 다니는 길인데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그 집을 찾아가는 길은 여행처럼 느껴진다. 월요일이 돌아오면 무력해질 때가 있다. 반복되는 일과 익숙한 지루함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날엔 삶을 더 상냥한 눈으로
바라본다. 동네에서 몰랐던 식당을 발견할 때처럼 마음을 반짝이게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좀 더 다정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리 더워봐라, 치맥을 먹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