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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여행자 Jul 16. 2024

복날, 해운대에선 복국이다

박옥희할매집원조복국

여행하는 동안 시간은 다른 속도로 간다. 자정이 넘었지만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세찬비가 오고 가는 동안 칼칼한 어묵탕에 술잔을 주고받았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방대신 바다로 갔을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지평선을 뚫고 올라오는 우주적 이벤트에 마음을 뺐았기고 말았을 게다.

낯선 방에서 눈을 뜨니 속이 허했다. 복날이라면 삼계탕을 떠올렸겠지만  이곳은 해운대였다. 해운대에서 해장은 복국을 이길 것이 없다. 간혹 대구탕집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하지만 체급이 다르다.

간마늘 한덩이가 들어간 복국. 식초를 넣치 않은 것이 훨씬 맛있었다.

복국 셋에 수육하나 주세요


차가운 물 한 잔을 들이키고 지난밤을 이야기하는 동안 복국이 나왔다. 수북한 미나리 위에 간 마늘 한 덩이가 올려진 복국을 휘휘 저은 다음 국물맛을 본다. "크흐!" 술꾼이 아니라도 눈빛이 오간다 "후레시 하나요" 복국을 앞에 두고 어찌 해장술을 마다할 수 있으랴. 말없이 잔을 치고 나서 보들거리는 복어를 맛본다.

뚝배기가 반쯤 비어갈 때쯤 복어수육과 마늘콩나물무침이 나왔다. 젓가락을 들고 콩나물 무침을 잘 버무린다. 얼굴이 빨개졌다는 말에 알코올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둘러대고 얼른 한잔을 털어 넣었다. 매콤하고 알싸한 콩나물무침은 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보들보들한 복어수육 한접시

새로운 안주가 나왔으니 술한병을 더 시켰다. 꽐꽐꽐. 소주가 따러지는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잔을 털어 넣었다. 크흐하며 입맛을 다시기 전에 복어수육 한덩이를 입에 물었다. 온바다가 입안에 들어온 것 같다. 복날에 복국이라니. 수국이 가득 핀 달맞이길 아래서 맞는 화려한 여름이었다.

복어수육에 딸려 나오는 마늘콩나물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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