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르르 소리 내며 다가와 발가락 간지럽히는 임랑의 파도 같은 맛
부산의 떡볶이는 시뻘겋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머뭇거리다가 의지를 가다듬고 나서야 다가설 수 있다. 시뻘건 쌀떡을 가위로 석뚝석뚝 잘라내면 눈꽃처럼 새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빠알간 떡을 입에 넣고 조물거리다보면 촤르르 소리 내며 다가와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는 임랑의 파도 같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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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튀김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부산에선 오징어다. 두툼한 몸통과 통통한 다리를 후라이드 치킨처럼 튀겨냈다. 따스하고 바삭거리는 튀김을 한입 먹고 떡볶이 국물에 잽싸게 찍어먹으면 송도 바다 지평선에 보이는 환한 오징어잡이배가 선사는 밤바다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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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이 매콤하고 느끼할 때 구불구불한 어묵꼬치 하나를 입에 문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구불구불한 인생에는 짠맛이 배어있다. 어묵 한 꼬치를 다 먹고 나서 빨간 바가지로 국물을 떠먹으면, 그제야 인생의 참맛은 어묵이 아니라, 감칠맛이 흘러나와 뽀얗게 빛나는 국물이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