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냉면, 냉우동, 냉짬뽕
뭐 하세요, 식사는요?
아직요. 골골대요. 목감기로 골골대고 있는 데 옛 직장 동료가 연락이 왔다. 근처에 왔으니 식사나 하자고 했다. 근황을 이야기하다 보니 금세 중국집에 도착했다. 배달은 안 하는 집. 빈자리가 없어 20분쯤 기다렸다. 더운데 중국집이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대구 중국집에는 3가지 여름 특식이 있다. 중화냉면, 냉우동, 냉짬뽕. 보통은 중화냉면이나 냉우동 정도만 하고 냉짬뽕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5월에 와서 메뉴판에 없던 냉우동을 물었더니는 아직 이르지 않나요란다. 오늘 27도인데요 라는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 지인이 냉짬뽕이 맛있어요라고 추천해 줬었다. 오늘은 그 냉짬뽕을 다시 먹으러 왔다. 냉짬뽕 둘에 탕수육이요. 아! 매실 탕수육이요. 이 집 탕수육은 매실, 블루베리, 칠리, 깐풍 네 가지 맛이 있다.
커다란 불길이 달그락거리는 주방에서 내온 여름 한 그릇이 식탁 위에 놓여졌다. 탕수육도 작은 것 하나. 아름다운 자태에 사진부터 한 장 남겨본다. 비빔밥을 연상시키듯 색을 맞춰 정갈하게 놓인 토핑을 젓가락으로 휘젓고 국물부터 한입을 맛보았다. 어어?! 하는 탄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릇째 들고 들이켰다. 짬뽕에 볶은 소와 상큼한 생야채 그리고 새우와 닭고기가 들어있다.
자작하게 얼음육수로 덮인 냉짬뽕 국물에서는 새초롬한 물회맛이 난다. 닭고기를 먹을 땐 초계냉면이 떠올랐다. 만만하게 볼게 아니라는 듯 매력적인 불맛으로 끝이 났다. 꿀꺽꿀꺽 들이킬 때마다 시원한 동해 바닷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냉짬뽕 한 그릇을 먹으며 여름이 즐거워지는 시원한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