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 무의식적으로 당근 알바를 들어간다.
3주간 당근 알바를 살펴보니, 주말에는 정기적 근무와
식당주말알바가 대부분이다.
일요일 오후부터 청소와 단기알바가 올라온다.
세 번째 알바
- 집청소 정리정돈
그랑데 ai 세탁기랑 건조기 있어요~
응?? 최신 세탁기랑 건조기를 명시한 것은
세탁까지 해달라는 건가?
-지원하기
"당근"
-언제 가능하실지요?
-내일 9시부터 가능합니다. 원활한 청소를 위해
남성분 부재 시 청소를 원합니다.
-네 좋습니다.
주소는 0동 00 아파트 104동 000호입니다.
-화장실포함 집정리 3시간입니다.
-넵
........
응? 공동현관번호를 안 알려준다. 머지??
-집에 계시나요? 벨을 누를까요?
-문 열려있어요
-네 내일 9시까지 방문하겠습니다.
음....
문이 열려있다니.. 머지..
한껏 의문을 품고.. 다음날 출발~
아파트 정문에서 경비실호출로 들어간다.
104동.... 어디인가... 어. 저기다!
공동현관은 닫혀있다.. 세대호출을 해도 반응이 없다.
때마침 입주민이 나와서 들어간다.
해당호 앞에서 벨을 누르지만 반응이 없다.
전화를 한다.
"저.. 문 앞인데요"
"그냥 들어가세요. 저희 집은 현관문 안 잠가요."
젊은 남성분 목소리다.
"네??"
"아버지집인데 아버지는 바쁘셔서 안 계세요.
저는 서울에 있어요. 거창한 청소보다 부담 없이 그냥 집청소하듯이 해주세요."
"네....;;;;;;"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그때,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몇 평이냐고 물어봤어야 했나...
-딸깍!
넓다.... 꿀꺽
조심스레 집을 들어가 짐을 내려놓았다.
그때!!!!
"누구세요?"
저기 불 꺼진 작은방 1에 사람이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헉!!! 머지.. 아무도 없다고 했는데. 내가 잘못 들어왔나. 아까 전화한 사람이 저 사람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던 차에..
"형이 보내신 분인가요?"
"네... 당근알바입니다;;;; 죄송한데 제가 남성분 있는 집은 방문을 안 해서요
그냥 가보겠습니다."
"아니에요.. 일부러 오셨는데.. 제가 나갈게요."
음.... 막 미안하네.. 하지만, 같이 있을 수는 없지.
다급히 문자를 보내고 일을 시작한다.
-고객님 누가 계시네요..ㅜ.ㅜ
동생분이시라는데 나가계신데요
일 시작하겠습니다.
-동생은 지방에서 문 닫고 자고 있을 텐데요
(먼 소리야!!! 남자 있는 집은 안 온다고 했잖아!!!ㅜ.ㅜ
그리고 문 열고 자고 있었어!!)
화장실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모든 짐들을 빼놓고 전반적인 청소를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화장실이라 시간을 보고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를 해본다. 세제청소 후 물을 뿌리고 스퀴지로 물기제거하고 다시 물건정리. (30분 소요)
주방으로 간다.
싱크대 아일랜드 물건들을 다 내려놓는다. 묵은 때를 제거한다. 창틀 쪽으로 깊숙이 숙여서 움직인다.
앗!!!!
맨손으로 하다가 그만 상처가 나고 말았다.
피난다 ㅜ.ㅜ 부랴부랴 휴지로 지혈을 하고 나트릴장갑과 고무장갑을 착용한다. 주방을 끝내고 (1시간)
전체적인 거실과 주방 바닥정리를 한다. 이 집은 참 특이하다. 전체적인 리모델링이 되어 있고,
로봇청소기와 무선청소기가 있다. 그런데 새것 같은데 한 번도 그것들을 닦지 않는지 회색얼룩이 져 있다.
나는 그때 먼지가 쌓여서 굳으면 회색얼룩처럼 먼지들이 굳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탁실에는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최신식 일체형 세탁기와 건조기, 거실에는 비닐에 쌓인 설명서가 바닥에 있는 안마기까지 모든 장비들은 좋고, 가족구성원들의 공동구역 (거실, 주방, 화장실) 은 잔짐들이 없다.
하지만, 집은 묵은 때로 끈적거린다. 바닥에 큰 쓰레기들을 빗자루로 쓸어낸 후에 무선청소기로 마무리하고, 물걸레질을 3-4번을 해야 했다. (유격! 유격!) 그래도 끈적임은 없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드니 화이트 모던 스위치가 보인다. 역시나 회색얼룩이 있다. 항상 사람손이 닿는 곳인데, 묵묵히 물티슈로 닦아낸다. 나도 모르게 "행복하세요"라고 중얼거린다. 집보다 밖의 생활이 많아도 집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편히 쉴 수 있어야 한다. 쉬면서 집에서 좋은 기운을 충전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 댁은 어머님이 안 계신다. 어디에도 어머님의 흔적이 없다.
아드님 2분과 따님 1분이 계신 듯하다.
최신식 살림 기계가 있지만, 세세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들은 묵혀둔 때로 쉽게 반질거리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지저분한 집이 아니다. 그냥 매일 닦아줄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 그 사람이 엄마라는 존재가 돼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관도 안 잠그고 다니는 이 집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안방과 작은방 1을 제외한 작은방 2와 작은방 3을 청소하고 (1시간) 다시 한번 바닥을 걸레질하고
일을 마쳤다.
-퇴실합니다. 3시간 입금해 주세요.
세 번째 알바를 하면서 나는 청소를 잘하는구나.
(다음날도 오실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시간당 금액도 올려준단다.. 하지만, 남성분 있는 댁은 방문 안 한다.)
청소할 때는 꼭 나트릴장갑을 착용하자. (내손은 소중하니까)
청소알바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볼 수 있다.
깨끗해진 사진을 보내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면 속이 후련하다.
노동으로 얻는 금액은 많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