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청소 및 정리해 주실 분~

by 미에르조

-집청소 및 정리 좀 도와주세요~

3시~4시간 소요될 듯합니다.

한 시간밖에 못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같이 합니다.

강아지 키우고 있어서

개털 알레르기 있으신 분은 피해 주세요~~


음.. 같이한다?.. 가까운 거리다.

강아지 알레르기는 없고...


-지원하기


1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

고민하면서 지원하기를 누른 나 자신이 웃기다.

뽑아주면 얼마나 힘들지,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하면서 살짝의 긴장감이 오고

안 뽑아주면 '에이~ 머야' 하는 아쉬운 마음이 온다.

뽑아줘도 문제 안 뽑아줘도 문제다.


"당근"


-안녕하세요~ 지원서 보고 연락드렸는데

오늘 혹시 가능하신가요?

-네! 몇 시까지 갈까요?

-10시까지 오실 수 있나요?

넘으셔도 상관없긴 해요 ㅎㅎㅎ

-10시까지 가겠습니다. 주소 알려주세요

-00로 00번 길 00. 000 아파트. 000동 000호 에요

자차 있으시면 차량등록해야 해서

차량번호 좀 부탁드릴게요~

-00 무 0000입니다. 이따 뵐게요

-등록했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ㅎㅎ

-네!!


당근톡을 주고받으면서 상당히 밝고 친철하다는 생각이지만, 글은 글일 뿐 가보면 다를 수도 있지!

메쉬소재의 검은색 카라셔츠, 신축성 있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는다.

슈퍼맨이 변신하듯 나는 알바모드로 전환한다.

자~~ 미지의 세계로 출발!!!


약속시간 10분 전 벨을 누른다.

안에서 젊은 부부의 말소리가 들린다.

남자분이 문을 열어준다. 안으로 들어가니

복실강아지 두 마리를 품에 안고 있는 앳된 여자분이 계신다.


"안녕하세요 ^^"

멍! 멍! 멍! 멍!

ㅡ.ㅡ;;;;

"무나요?"

"아뇨~~;;;"

"그럼 내려놔 주세요.

강아지들도 탐색하고 싶어서 그렇잖아요."

부부의 눈이 반짝인다.

헥헥헥헥헥.(기분 좋아진 강아지 소리)


"무엇을 하면 될까요?"

"아.. 저... 글쎄요.."

응???

"저.. 정리를 해주세요"

"어디요?"

"글쎄요..."

??????????

"저희가 여행을 오랫동안 다녀와서

비워진 집이라 정리가 안 돼서요"

"아~네!!! 그럼 우선 주방 정리부터 할까요??"

내가 가져온 마스크와 니트릴 장갑을 착용한다.

부부의 눈빛이 반짝인다. (왜 그러지?)

제일 자신 있는 주방청소부터 들어간다.

나와있는 부분들이 대부분 깔끔하다.

(응? 왜 굳이 사람을 부른 거지?)

금방 일이 끝나 다음 할 일을 물어본다.

남자분이 오시면서

"저.. 저희가 대체적으로 정리를 못해요.."

싱크대 상부장과 하부장을 연다.

"아~~~~ 정리수납을 원하시는군요!!! ㅎㅎㅎ

그럼 상하부장 정리를 하면 되는 거지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저는 주방만 하고 끝나야 합니다.

정리 수납이라는 것이 금방 끝나지 않습니다!"

"네!! 괜찮아요~

그리고 저희가 한 분을 또 불렀거든요.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그분한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드리세요. 저는 주방을 맡을 테니 그분이 다른 곳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활짝 연 상부장은 그릇과 컵, 텀블러, 소주잔등

다양한 식기들이 뒤엉켜 있다.

모든 것을 다 꺼내서 아일랜드식탁에 올려놓는다.

어느 사이에 부부는

아일랜드식탁 앞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자주 쓰는 것. 잘 안 쓰는 것. 버릴 것 분류만 해주세요!"

부부의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이건 아깝다. 누가 준 건데. 내 거다. 당신 거다.

다 꺼낸 상부장 바닥을 깨끗이 닦아 놓고

부부 앞으로 간다.

"항상 이쁜 것만 쓰셔야지요.

이 나간 것, 금 간 것은 과감히 버리세요 ^^"

"정리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희는 정말 정리를 못하겠어요ㅠㅠ"

"쓸 것만 가지고 계시면 돼요. 같은 것 끼리 모아놓고, 제자리를 만들어주시면 돼요 ^^"

(정리수납자격증 선생님 하신 말을 내가 그대로 하고 있다니!! ㅎㅎ)


같은 식기끼리 모아놓고 자주 쓰는 식기는 아래쪽에

손님용은 위쪽. 자주 안 쓰는 것은 맨 위칸

컵은 찻잔끼리. 물컵, 유리컵, 술잔, 텀블러등 끼리끼리 모아서 한쪽에 배열을 한다. 수십 번을 의자를 밟고 오르락내리락 ( 허벅지 알 배김의 원인이 됨)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와~~~" (남자분)

"자기~ 소원 풀었네.

정리수납 의뢰해 보고 싶어 했잖아~"

"대박~~~"

(물론, 난 안 들리는 척했다.)


-어.. 나 잘하나 보다 ㅎㅎㅎㅎ 웬일이야 ㅎㅎㅎ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했던가

신나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정리를 한다.

그사이 또 다른 한분이 오셨다. 그분은 부부와 함께 이리저리 움직인다. 난 오로지 주방만이 내 세상인 것처럼 집중모드다. 상부장이 끝나고 하부장의 모든 것들을 꺼내서 분류하고 정리한다.

그때! 또 다른 한분이 나에게 온다. "뭐 해야 하죠?"

"네??" 두리번거리니 부부는 쓰레기를 버리러 갔나 보다. "아.. 오실 때까지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떨까요?"

"혹시.. 위생장갑 어디 있는지 아세요?"

"위생장갑은 일하시는데 미끌거릴 거예요.

제거 쓰세요." 니트릴 장갑을 꺼내 드렸다.

그분의 동공이 흔들린다.

(이런 것도 챙겨 왔니? 하는 것처럼)

잠시 후, 그분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바쁘다. 분류, 정리 -분류, 정리-분류, 정리. 3시간 알람 소리가 울린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부부를 부른다. 정리된 곳을 일일이 열면서 옹기종리 모여있는 아이들을 보여드린다.

와~ 대박~ 어머~

세상 이런 감탄사를 내가 들어보다니...

"제가 물건 제자리를 만들어 드렸어요~ 더 이상 사지 마세요^^ 충분하세요! 쓰고 제자리에만 갔다 놓으시면 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3시간 일당으로 보내주세요^^"

"저... 전화번호 알 수 있을까요?"


-와!! 머야~~

"네!! 010-0000-0000"


그날 나는 훨씬 높은 금액을 입금받았다!!



네 번째 알바에서 깨달은 점.

주방 정리수납은 알 배김을 동반한다.

(3 일정도욱신거림)

기술이 있어야 시급이 올라간다.

(배움의 대가는 언젠가 나에게 온다)

제일 간단한 청소알바라도 복장과 깔끔한 이미지는

상대방에게 확실한 믿음을 준다.

(또 다른 한분은 그냥 일상복에 가방만 들고 오셨다. 그분은 늦게 오고 금방 가셨다)



오늘 아침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다가 현재 나에게 울림을 주는 문구를 만났다.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면서,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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