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 테이블 의자 다리까지 닦아 주시면 되세요
-양 많아요
-2시간 일급 현장지급
'간단한 일이네.. 2시간이면 금방 하고 오면 되겠네~'
아무런 부담 없이 "지원하기"를 눌렀다.
곧바로 응답이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000 연수원 지하 1층 식당입니다.
10분 전까지 모이실게요.
10시에 시작합니다."
주차는 그냥 하면 되나요?
"네"
알겠습니다!
"넵 이따 봐요"
오전부터 28도. 습도는 80%의 엄청 더운 날이었다.
지하 1층이면 땡볕에 하는 일도 아니고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알바복을 착용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출발한다.
집에서 15분 거리.
항상 지나가면서 보던 장소를 들어가 본다는
설렘으로 도착.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담당자분을 만나보니 청소업체를 하시는 분이다.
일손이 부족해서 당근으로 뽑은 나와
안전화를 착용하신 중년의 남자분도 계셨다.
통창으로 따가운 햇볕이 들어오는 식당은
엄청 넓었다. 그리고 많다.
청소업체분들은
통창의 유리를 담당하는 부부,
주방담당을 맡은 대여섯 명의 팀
홀에는 중년의 여성분과 일당직인 나와 남자분
담당자분은 여기저기 투입하면서 일손을 돕고
다양한 문제해결을 하신다.
청소업체를 만나다니...
우리(나와 남자분)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신다.
"물걸레질을 하고 세척세제를 소량만 뿌리고
수세미로 닦은 다음, 깨끗한 걸레질로
다시 한번 닦으셔야 합니다.
테이블 상판과 다리. 의자도 다리까지 닦으셔야 해요!"
"네!!"
"물통 있으니까 물 채워서 오시고요. 더러워지면 수시로 교체하셔야 합니다."
"네~"
에너지 넘치게 대답을 하고
물통에 물을 채우러 가려는데
남자분이 본인이 가지고 올 테니 여기 있으란다.
어... 굳이 그러실필요 없는데요...
남자분 뒤를 따라서 물통을 각자 받아서 들고 온다.
구역을 나누고 일을 시작했다.
융통성 없기는...
왜 나는 창가자리에 있는 테이블부터 했을까...
왜!!!
30도의 따가운 햇볕은
유리창을 너무나도 깨끗하게 닦으시는 부부의 수고로움과 까만 나의 반팔매쉬티의 기막힌 우연으로
직사광선이 나의 몸 깊숙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어느새 나는 송골송골 땀이 나기 시작했다.
서서할 수 있는 테이블을 닦을 때는 힘들지 않았다.
문제는 의자다. 상대적으로 테이블보다
의자의 개수가 많고 다리도 많다. 그리고 낮다.
의자주위를 돌면서 닦던 나는
한 손으로 의자를 360도 돌리면서 다리 밑까지
닦는 고급기술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 테이블이 끈적거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던 담당자분이 어느덧 내 곁에 와서
테이블을 만져보신다.
"매직블록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홀담당 여자분이 저~ 멀리 햇볕이 닿지 않아
서늘한 곳 테이블 쪽에서 외치듯 말하신다.
(그분은 아셨던 것일까... 창가는 엄청 덥다는 것을)
"그래? 잠시만요"
4개의 허연 매직블록을 가지고 오시더니
"테이블을 매직블록으로 닦아보세요"
"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세제를 뿌리고 매직블록으로 문지르고 깨끗한 물걸레로 마무리한다. 무한반복이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 넓은 테이블과 의자를 어떻게 2시간 만에 다하지??
2시간 만에 다해야 하는 건가??
그냥 2시간 동안 할 만큼 하면 되는 건가??
물어보고 시작할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같이 당근으로 오신 남자분이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면서 너무 덥다고 투덜대신다.
(여름이니 당연히 더운 건데 어쩔 수 없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일한다.
2시간만 하면 되니까
"어? 이것밖에 못했어요?
아이고 너무 깨끗하게 했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여기서 그렇게 까지 요구안했어요.
이 정도로 하면 우리가 돈 더 받아서 해야 해요!"
"아..... 네....."
"1시간만 더 하고 가요. 그리고 빨리 해주세요"
"네네.."
"너무~깨끗하게 했네.. 아이고~"
진작에 와서 말씀을 해주시지..
투덜거릴 시간에 하나라도 빨리하자.
이미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니다.
그때!
"깨끗한 물 여기 두고 가요~"
응? 남자분이 물을 갖다 주시더니 홀연히 가버리신다. 어디 가요~~~ ㅜ.ㅜ
핑돌 것 같은 어지러움에 물을 중간중간 마시면서
속도를 올려 의자를 무한반복으로 닦는다.
너무 힘들어서 슬쩍 홀에 같이 청소하고 계신 여자분을 봤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왜 저분은 저렇게 여유롭게 하시는 것 같지..
만약에 내가 다 못하고 가면 저분이 혼자 다 하시는 건가.. 무슨 의협심인지..
온몸은 외부적인 온도와 일에너지로 인해서
벌겋게 피부가 붉어졌다. "몸을 불사르다"는 표현처럼 내 몸이 이렇게 변하기도 하는구나..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자는 생각으로 움직인다.
"어. 넘 오래 하셨다. 이젠 가세요"
어느덧 담당자분이 약속한 1시간이 넘었다며 그만하라고 하신다.
"그럼 여기 홀은 어떻게 해~ 그리고 아까 남자분은 어디가신 거야?
"그분은 일이 있어서 2시간만 하고 가셨어"
(대박. 정말 일이 있었던 건가요... )
홀 여자분이 굳은 얼굴로 담당자분을 쳐다본다.
중간에 있는 나는 갑자기 쭈글모드로 변신이다.
"알았어~~ 이따 주방 하는 사람들이 끝나면
홀을 다 같이 마무리하면 되잖아."
담당자분이 침착하고 서글하게 그분의 기분을 맞춰주신다.
"어서 가세요!! 3시간 30분 했으니 52000원 입금해 드릴게요"
"네"
얼음물 한 통 챙겨서 나는 그곳을 나왔다.
차에서 나는 순식간에 한 통을 다 마셨다.
2시간의 잠깐이라 생각했던 나의 무모한 도전은
3시간 30분 동안의 몸이 불타오르는 일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그날 이후 열감기 후에 오는 수포가
입안 가득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