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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나 DuNa Sep 21. 2022

홍콩을 대표하는 꽃 시화(市花), 보히니아

나라마다 나라꽃을 정하는 기준은 각기 다르다. 대체로 그 나라의 지질, 역사, 문화 등과 관련이 깊은 식물 또는 꽃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 정해지기 마련이다. 영국은 장미, 이탈리아는 데이지, 네덜란드는 튤립, 스위스는 에델바이스이며, 우리나라는 무궁화다. 무궁화는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며 같은 자리에 피어나고 번식하는 끈질긴 생명력과 완강한 자생력을 가져,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괴어있는 얼과 혼을 보여준다고 하여 우리나라 국화가 되었다.


홍콩은 중국 영토에 속하는 ‘특별행정구’이며 하나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국화(國花)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홍콩에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시화(市花)인 보히니아(Bauhinia, 洋紫荊)가 있다.


보히니아의 광동어 이름은 옝찌껭(洋紫荊)으로, 그 의미를 풀어서 보면 서양의 자형화를 뜻하지만, 사실 자형화와는 품종이 다른 꽃이다. 보히니아의 꽃 모양이 난과 닮았다 하여 홍콩란(香港蘭) 혹은 영어로는 Orichid Bauhinia, Hong Kong Orchid Tree라고도 불린다. 보히니아는 꽃잎이 5장으로 이뤄진 핑크빛이 도는 자주색 꽃으로, 독특한 점은 5장의 꽃잎 중 가장 가운데 꽃잎의 색깔이 유독 진하고 가운데를 중심으로 까맣다. 보히니아의 풀잎은 총명엽(聰明葉, clever leaf)이라 하여 지혜를 상징하며, 사람들은 이 잎을 책갈피처럼 사용해 학문운을 기원한다.



보히니아는 홍콩에서 처음 발견된 홍콩 토종 꽃이다. 1880년 무렵 홍콩섬 폭푸람 텔레그레프 베이(Telegraph Bay)에서 프랑스 선교단의 한 신부에 의해 발견됐다. 그 신부가 가지를 꺾어 폭푸람 일대 베타니 수도원으로 가져와 심으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이후 보히니아 꽃이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는 품종의 홍콩 토종 꽃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1908년에 보히니아를 새로운 품종으로 분류했다. 홍콩에서만 자생하던 홍콩을 대표하는 보히니아 꽃은 이후 홍콩을 넘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도 소개되었으며, 1967년 처음 대만에 소개된 보히니아 꽃은 이후 대만 치아이(嘉義)시의 시화가 되었다.  


보히니아의 학명은 바우히니아 블라케아나(Bauhinia Blakeana)인데, 블라케아나는 식물 연구에 열의를 보였던 제12대 홍콩 총독이었던 헨리 아서 블레이크 경(Sir Henry Arthur Blake)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성인 ‘블레이크’에서 따왔다. 이후 영국 식민지 당시였던 1965년 보히니아는 홍콩 시정부(Urban Council)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채택되면서 공식적으로 홍콩 시화가 되었다.


홍콩 시정부(Urban Council)를 대표하는 상징


우리 생활 곳곳에서 보히니아 꽃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홍콩 국기(국기가 맞을까 깃발이 맞을까?)다. 빨간색 배경에 그려져 있는 이 꽃이 바로 보히니아 꽃이다. 홍콩 국기는 홍콩 반환을 앞둔 1984년에 정부는 일국양제의 정신을 가장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국기 디자인이 필요했다. 7,000개 이상의 도안이 제출되었지만 대부분 용, 별, 달 등 특정 종교나 국가, 여러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상징물들이 그려져 있는 디자인뿐이었고, 심사위원단의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 이때 다시 고안해낸 디자인이 바로 빨간색 배경에 흰 보히니아 꽃잎이 시계방향으로 도는 추상적 디자인이었다. 홍콩의 토종 꽃인 보히니아를 서정적이면서 시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꽃잎이 풍차처럼 배열한 모습이 전진을 멈추지 않는 활기찬 역동성을 잘 나타냈다.


출처 : Gafencu


국기 외에도 보히니아는 홍콩 동전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매년 7월 1일 홍콩 반환 기념식이 열리는 컨벤션센터 인근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도 보히니아를 형성화한 커다란 금빛 조형물이 있다. 홍콩 국적기 홍콩에어라인에도 보히니아가 그려져 있어, 보히니아는 홍콩의 상징으로써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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