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근무한 영어학원을 퇴사를 했다. 나의 꿈이' 65세까지 일하기'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누리는 이 무직 생활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언제 올지 모를 이 무직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지혜가 필요한 듯 보였다.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의 절반은 내년 출간을 위해 , 그중 절반은 주식에 , 나머지는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를 무직 생활을 위해 떼어 놓았다.
무직 생활을 하니 시간은 더 많이 쓰고 , 돈은 더 적게 쓰는듯하다. 돈을 적게 쓰는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니 쇼핑을 하지 않는다. 차려입고 나갈 곳이 없기에 있는 옷을 다르게 스타일링해서 편하게 외출한다.
그리고 외식비가 줄었다.
예전에는 오전에 내내 수업 준비를 하다 점심시간을 놓칠 때가 많았다. 출근길에 간단한 샌드위치나 김밥을 꼭 사서 간다. 그리고 퇴근 후 과외가 있는 날에는 간단한 저녁까지도 밖에 때우게 된다.
이제는 식사시간을 놓쳐도 그냥 집에 가서 먹으면 된다.
또 하나는 어딜 가나 얻어먹을 수 있다.
내 주변엔 무직자에게 밥값을 내게 하는 지인은 없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먼저 계산한다. 사실 그전에 내가 깔아놓은 밑밥도 좀 있다. 내가 나중에 무직자가 되면 밥을 사 달라며 먼저 계산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 쓰는 돈이라고는 아침 10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값 3000원이 전부이다. 이 마저 공짜로 한번 먹어보겠다는 심보가 남편에게 통했다.
주 3회 정도 남편에게 도시락을 판다.
<오이 부부, 그냥 좋다> 출간 이후, 지난 6년 동안 해오던 남편 도시락 싸기를 졸업했었다. 그렇게 지긋지긋하다고 투덜거리며 싸던 그 도시락을 불과 한 달 만에 나 스스로가 자진해서 또 하고 있다.
이제는 아침마다 약간의 부지런함을 더해 음식양을 조금 더 많이 한다. 점심때 나도 먹어야 하기에...
그리고 도시락을 싸서 남편에게 5000원에 판다.
남편회사는 하루 8000원 정도의 점심값이 별도로 지급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편의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흔쾌히 만원을 주고 도시락을 사 간다. (만원을 주는 이유은 남편이 스위트해서가 아니라 이틀 치 도시락 값까지 선결제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받은 만원을 앞치마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만연한 미소까지 서비스로 날려준다.
"맛있게 먹어요~여보."
P.s 내일 도시락은 김밥이다. 하지만 김밥 도시락 값은 만원이다. 재료와 정성이 조금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다섯 줄이나 싸 주니 양도 많다.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김밥을 먹을 수 있어 좋고, 좀 더 비싼 커피를 사 먹을 수 있어 좋다.
ㅡ슬기로운 무직 생활 중